젊은 벤처 일구는 '중년파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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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트프웨어진흥원이 운영하는 벤처 인큐베이터인 서울 서초동 IP센터 1층 회의실에는 매월 둘째 금요일 오후에 머리가 희끗한 중년들이 모인다.

센터에 입주한 젊은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길을 받으며 회의실에 모인 이들이 정보를 교환하고 토론하는 모습은 진지하기 짝이 없다.

불혹(不惑.40) 과 지천명(知天命.50) 의 나이에 정보기술(IT) 업계에 뛰어들어 이 센터에 입주한 ''중년 벤처인'' 모임인 ''IPS45'' 의 회원들이다.

"사업이란 혼자 잘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아는 나이지요. 늦게 시작한 IT 분야에서 서로 배우고 돕자는 취지로 모였습니다. "

이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인터넷 게임개발업체 럭키포유(http://www.l4u.co.kr) 의 조중연(45) 사장은 "회의가 끝난 뒤 늦은 나이에 시작한 사업에서 오는 애환과 스트레스를 소주 한 잔으로 푸는 것도 재미" 라고 말한다.

IPS45가 만들어진 것은 지난해 6월. 센터에 갓 입주해 정신없이 반년을 보낸 뒤 입주자 70여명의 예비 벤처인 중 자신들과 같은 40~50대가 의외로 23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자연스럽게 모임이 이루어졌다.

회원들의 출신은 대기업 임원, 연구원.치과의사.기자.컴퓨터업계 종사자 등 다양하다. 그런 만큼 이들의 모임은 사업을 펼치는 데 훌륭한 네트워크가 된다.

친목 도모를 위한 모임으로 출발해 사업상 협력단체로 발전한 사례도 적지 않다.

컨설팅업체인 ㈜연합넷(http://www.yunhap.net)의 최재희(45) 대표와 주부 대상 콘텐츠 제공업체인 우먼라인(http://www.womenline.co.kr)의 이정순(41) 대표는 지난 4월 주부창업 설명회를 같이 열었다.

우먼라인이 회원들을 대상으로 홍보 했고 프로그램은 연합넷이 준비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원 출신으로 회원들 사이에서 ''컴도사'' 로 불리는 ㈜웹비전21세기의 인홍진(41) 대표는 회원들의 홈페이지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달려가 해결해 준다.

이들은 배너광고를 교환하거나 복잡하고 생소한 창업절차를 서로 돕는 등 사업 안팎에서 ''동병상련'' 을 나누고 있다.

사회경력이 풍부한 이들이 서로 자신의 인맥을 소개해주는 것도 이 모임에서는 중요한 일이다. 모임이 알려지면서 예비회원으로 가입시켜 달라는 젊은 벤처인들도 있다.

비록 중년의 예비벤처인들이지만 기술과 사업 수준은 만만찮다.

교사 출신인 금하연(45) 대표가 운영하는 ㈜맥한도(http://www.mchando.com)는 중국 명필가들의 글자를 컴퓨터 글자체로 만드는 데 성공, 사전 전문출판사인 교학사와 계약했다.

대기업 임원 출신인 최태우(53) 지팜(http://www.gfarm.co.kr)사장은 판촉물 전문 상거래로 월 5천만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조중연 회장은 "벤처 인큐베이터 입주기한이 오는 12월 끝나기 때문에 회원들이 공동으로 입주할 새 건물을 찾고 있다" 며 "모처럼 형성된 소중한 자산인 벤처 네크워크를 계속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회원들의 한결같은 생각" 이라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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