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90살 할리우드 사인판 '꽃단장'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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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사인판은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조형물이다. 그 상징물이 2일부터 10주간 페인트칠을 다시한다. CBS는 1일 "할리우드가 35년 만에 새 단장(Facelift)을 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새 단장은 이미 7년 전인 2005년 실시됐다. 새롭지 않지만 이번 단장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내년이면 할리우드 사인판 건립 90주년을 맞는다. 10년 모자라는 1세기를 앞두고 할리우드 사인판이 깔끔하게 목욕을 하는 셈이다. 건립 배경과 역사 몰랐던 사실들을 하나로 묶었다. 정구현 기자

▶1923년 탄생

당초 할리우드 사인판은 할리우드랜드(HOLLYWOODLAND) 13글자로 개발됐다. 할리우드 언덕에 주택을 짓게 하기 위한 선전 목적으로 부동산 개발업자 화이트 휘트니가 추진했다.

지금의 하일랜드와 바인 애비뉴 인근에 세우려 했던 휘트니는 당시 LA타임스 소유자인 친구 해리 챈들러에게 좀 더 큰 사인판을 세우자고 제안했다.

챈들러는 다른 부동산 개발회사 우드러프(Woodruff and Shouts)에 계획을 전했고 마침내 사인판 건립안이 마련됐다.

시공을 맡은 크레센트 사인 컴파니는 남향 언덕을 골랐다. 글자 모양을 디자인한 사람은 토마스 피스크 거프(Goff)다. 최초의 사인판은 45피트 높이에 폭 30피트로 지금보다 크다.

4000여개의 전구가 사인판을 밝혔다. 개발 예산은 2만1000달러(현재 25만달러 수준)였다. 완공식은 1923년 7월 13일 열렸다. 글자별로 세워진 현재 사인판과 달리 HOLLY와 WOOD LAND 3개로 구성됐다.

당초 사인판의 수명은 1년 반이었지만 그 짧은 기간 내 할리우드 사인판은 철거하기 힘든 LA의 상징물로 자리 잡았다.

▶시련의 90년 역사

탄생 9년 만에 큰 시련이 닥쳤다. 1932년 주목받던 차세대 여배우 페그 앤트위슬(Peg Entwhistle)이 사인판의 'H'를 타고 올라간 뒤 뛰어내려 자살했다. 스물 넷 꽃다운 나이였다.

이 사건은 향후 할리우드 사인판의 험난한 여정을 예고했다. 1940년 초반 사인판 책임을 맡고 있던 알버트 코스(Kothe)가 음주운전을 하다 H 사인판을 들이 받고 절벽아래로 떨어졌다.

생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사인판은 또 다시 언론에 오르내렸다.

1949년 할리우드상공회의소가 기존 사인판에서 LAND를 떼어내자고 제안했다.

시정부는 예산을 감당하기 어려웠고 사인판을 밝히는 전구 예산을 할리우드상의에 부담했다. 현재의 할리우드 사인판은 시와 지역상의의 예산 떠넘기기 차원에서 이뤄졌다.

그후 사인판은 30년 가까이 보수가 없었다. 첫번째 'O' 글자와 마지막 'O'가 망가졌지만 방치됐다. 1978년 50년만에 처음으로 대대적으로 공사가 진행됐다. 부족한 공사대금 마련에 할리우드 스타들이 나섰다.

아홉 글자를 다시 만드는데 아홉명이 각각 2만7777달러(현재 25만달러)를 기부했다.

H는 할리우드 인디펜던트 발행인 테런스 도넬리가 O는 영화 프로듀서 지오바니 매사 L은 현재 중고자동차 가치 평가 책자 켈리 블루 북을 만든 레스 켈리 다음 L은 가수 진 오트리 W는 최근 사망한 앤디 윌리엄스 O는 워너 브라더스사 O는 가수 앨리스 쿠퍼 D는 토마스 풀리다. 기공식은 할리우드 75주년을 기념한 1978년 11월14일 전국에 생방송으로 중계됐다.

1999년 패나소닉이 처음으로 감시카메라를 설치했고 2009년에야 24시간 감시 시스템이 마련됐다.

▶글자 크기 다르다

현재 사인판은 크기가 제각각이다. 9개 글자중 W가 제일 크고 L이 가장 작다. 높이는 45피트로 동일하지만 W의 폭이 39피트로 가장 넓다.

그 다음 큰 글자는 Y로 35피트다. 순서대로 H와 3개 O 마지막 D까지 5글자는 폭 33피트로 동일하다. 가장 작은 글자는 2개의 L자로 폭이 31피트에 불과하다. 현행 전체 사인판은 1978년 이전에 비해 5피트(1.52m)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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