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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부용정의 부활

중앙선데이

입력

창덕궁 비원의 부용정은 작지만 멋진 건축이다.

연못 속에 돌기둥을 박아 그 위로 누각을 끌어내 지었다. 물 위의 공간을 땅 위 방보다 한단 높게 만들었는데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부용지는 감탄을 자아낸다. 조선 왕들이 누렸던 호사의 하나였다. 부용(芙蓉)은 ‘활짝 핀 연꽃’이라는 뜻이다.

부용정은 조선 정조 때 지었다.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낡고 본래 모습을 잃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10월 보수공사에 들어가 이달 24일 새로워진 모습을 공개했다.

당초에는 썩은 부재를 교체하고 기울어진 기둥을 바로잡는 선에서 공사를 끝내려 했으나 원형대로 복원하는 방향으로 일이 커졌다. 1820년대 궁궐 모습을 사실대로 그린 동궐도(東闕圖)가 기준이 됐다.

가장 큰 변화는 지붕이다. 일제강점기에 왜곡된 부분이 제 모습을 찾았다.

지붕 꼭지점에 올리는, 여러 마디의 항아리 형태 기와인 절병통(節甁桶)을 과거 모습대로 제작해 세웠다.

용마루 끝을 장식하는 취두(鷲頭)를 복원했고, 합각벽(合閣壁)도 기존 벽돌을 뜯어내고 나무 벽으로 교체했다.

정자는 원래의 화려하고 위엄 있는 모습으로 되살아났다.

기와는 숭례문 복원 공사에 쓰는 전통 방식의 수제 기와를 썼다. 기존 기와보다 무게가 훨씬 가볍다.

사진은 부용정 정면의 언덕에서 내려다본 모습이다.

동궐도의 시각에 가깝다. 일반 관람객은 오를 수 없는 곳이다.

뒤 건물은 주합루(宙合樓)다. 1층에 조선왕실 도서관인 규장각이 있었다.

작은 사진은 왼쪽부터 부용정의 복원 전과 복원 후, 동궐도에 전해지는 모습이다.

사진·글=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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