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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FOCUS] 러시아 전통 인형 마트료시카, 동양의 감성을 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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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 공예품 마트료시카를 이제는 한국에서도 볼 수 있다. 서울의 문화,관광 명소에 가면 이것을 소재로 한 캐릭터 상품들이 자주 눈에 띈다.

마트료쉬카 역사가 수백 년 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해외에 이 공예품이 처음 알려진 것은 1900년 파리의 국제 공예박람회에서다. 여기에 출품된 마트료시카가 입상하면서 인기를 얻은 후 지금까지 러시아 국내외에서 널리 사랑 받고 있다.

마트료시카는, 유명한 메세나 마몬토프가 19세기 말 모스크바 인근에 세운 예술인 마을 아브람체보에서 탄생했다. 이 곳은 미술과 공예의 중심지가 되었고,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이 모여 새로운 예술 형식을 탐구하는 실험장이 되었다. 이곳의 장인들이 불교의 달마상을 주목한 것이 계기가 되어 마트료시카가 탄생했다고 한다. 화가 말류틴과 선반공 즈뵤즈도치킨이 달마상 형태를 본 딴 나무 본을 제작했고, 그 위에 전통적 색상으로 여인의 얼굴을 그렸다는 것이다.

러시아 전통의상 사라판을 입고 양손에 수탉을 안고 있는 마트료시카는 이렇게 등장했다. 이 인형에게 당시 유행하던 여자이름 '마트료나'의 애칭 '마트료시카'가 붙여졌다.

성지혜, 러시아 고유 문양을 현대미술에 접목하다

러시아 목각인형은 외국인들 사이에 가장 인기 있는 기념품일 뿐 아니라 여러 나라 현대 미술가들에게 상상력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 미술에 마트료시카가 등장하는 데는 러시아에서 공부한 젊은 예술가 성지혜(사진)의 기여가 적지 않았다. 그녀는 2011년 강남 밀알 미술관에서 개최된 '러시아의 향기' 전에서 마트료시카를 소재로 한 회화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리고 성 작가의 그림은 올 여름 모스크바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개인전 '러시아의 색상'을 통해 현지 관객들에게도 소개됐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성 작가는 러시아와 맺은 인연, 러시아 미술에 매료된 배경, 자신의 마트료시카 소재 작품에 대한 얘기를 전해주었다.

- 작품 완성에 시간이 어느 정도 소요되는가? 그리고 당신이 구사하는 테크닉의 핵심이 무엇인지 설명해달라.

소요 시간은 작품마다 다른데, 프레스코 기법을 사용한 '겨울 마트료시카'는 네 시간 남짓 걸렸다. 프레스코화는 바탕화면 준비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에 완성하는 데 사흘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8월의 신부' 같은 유화 작품은 닷새 정도 작업을 했다. 작품 윤곽은 하루 이틀이면 정해지지만, 눈과 손이 그릴 곳을 찾아 계속 움직이다 보면 꽤 많은 시간이 훌쩍 흘러간다.

‘8월의 신부’

- 러시아 미술의 어느 분야에 관심이 많은가? 또 당신의 작품에 러시아 미술의 학풍이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러시아는 예술의 보고와 같은 나라다. 샤갈, 칸딘스키, 말레비치 등 기라성 같은 작가들이 구사한 다양한 장르들이 존재한다. 나는 벽화가 주 전공이기 때문에 유학 중에 배운 벽화 기법을 자주 도입하곤 한다.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할 때도 선과 선, 면과 면이 새로운 공간을 형성하며 드러내는 이야기를 구성한다.

- 러시아와 한국 미학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해달라. 당신의 예술에서 이 두 나라의 예술적 시각이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러시아는 지리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포괄하고 있어 동양적이면서 동시에 서양적 요소를 많이 갖고 있다.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크 같은 러시아의 중심지가 유럽 문화를 많이 수용한 것은 분명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오래전부터 몽골 타타르를 비롯한 동양으로부터 많은 문화적 영향을 받았다. 한국과 러시아 양쪽의 전통 문양을 비교해보면 닮은 점이 있는 데, 특히 러시아 전통 문양의 선을 살펴보면 동양적 혼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러시아 예술 작품에서는 화려하면서도 토속적인 색채가 강하게 배어있다. 한국 예술은 단아하면서 멋스러운 것이 특징이다. 화려함 속에 전통을 포함하고 있고, 또 단순함 속에 세련미를 간직한 작품을 나는 추구한다.

- 모스크바에서 오랫동안 공부했는데, 학교 친구들과는 아직도 연락을 하는지.

모스크바 수리코프 미술대학에서 9년 동안 학사부터 박사까지 마쳤다. 함께 공부한 친구들과 정이 많이 들었고, 지금도 페이스북으로 소식을 주고 받는다. 매년 한 번은 러시아에서 전시회를 가질 계획이다.

- 마지막으로 러시아에서 미술 공부를 하려고 계획하는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러시아는 우리에게 아주 흥미롭고 특히 예술과 문화는 경쟁력이 대단한 나라다. 진지한 예술을 갈망하는 사람들은 러시아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

아나스타샤 보론코바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 발간하고 중앙일보가 배포한 ‘러시아FOCUS’에 게재된 기사로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또한 Russia포커스 웹사이트(http://russiafocus.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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