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자연다큐멘터리' ,父情의 상징 가시고기 생태조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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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인씨의 베스트셀러 소설과 이 소설 내용을극화한 연극으로 유명해진 '부정(父情)의 상징' 가시고기의 생태가 27일 밤 10시 방송될 KBS 「자연다큐멘터리」에서 밝혀진다.

보름간 새끼 부화를 위해 혼신을 다 바친 가시고기 수놈이 자신의 죽은 몸을 새끼들의 먹이로 바치는 생태는 백혈병에 걸린 아들을 살리기 위해 아버지가 각막을팔아 수술비를 마련하고 결국 자신은 간암으로 죽어 간다는 소설의 모태가 됐다.

제작진은 가시고기의 이런 처절한 일생을 영상에 담기 위해 수중 촬영이 가능한맑은 하천을 찾아 전국 30여 곳을 돌아다녔고 마침내 경북 경주시 대종천에서 가시고기 촬영에 성공했다.

회유성 어종은 가시고기는 큰가시고기와 가시고기, 잔가시고기의 세 종류로 제작진은 특히 암컷이 알을 낳은 뒤부터 수컷이 종족번식을 위해 무한책음을 떠맡는큰가시고기에 초점을 맞췄다.

큰가시고기는 바다에서 살다가 해마다 이른 봄이 되면 산란을 위해 하천으로 올라온다. 암수 무리지어 올라온 뒤 일주일간의 민물 적응기간이 지나면 본격적인 산란 준비에 들어가고 수컷은 수초를 이용해 둥지처럼 생긴 집을 짓는다. 어류 가운데유일하게 둥지를 트는 것이 바로 이 가시고기이다.

집이 완성되면 암컷을 맞아들이지만 암컷은 3~4초간의 짧은 산란을 마친 후 미련없이 집을 떠나간다.

수컷은 집을 지으면서부터 알이 부화될 때까지 약 보름간 아무것도 먹지 않고잠도 거의 자지 않으면서 침입자를 막고, 앞지느러미를 이용해 부채질을 하면서 둥지 안에 신선한 물을 넣어준다. 산소를 충분히 공급해야 알이 제대로 부화하기 때문이다.

알이 부화된 뒤에도 수컷은 집밖으로 나오려는 새끼들을 입으로 막으면서, 주변경계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새끼들이 세상에 나온지 5일이 지나 하나둘씩 집을 떠나자, 수컷은 임무를 다했다는 듯 화려했던 몸의 빛깔을 잃어가며 숭고한 죽음을 맞는다. 새끼들은 죽은 수컷의 살을 파먹고 자란다.

제작진은 죽어가는 모든 가시고기의 수컷이 자신이 지은 둥지에서 1m 이상을벗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작진은 경주군 감포앞바다로 흘러드는 대종천에서 촬영한 큰가시고기의 생태외에도 오대산에서 발원한 연곡천, 진부령에서 내려오는 북천 등지에서 가시고기와잔가시고기가 살아가는 모습을 세세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우리나라에 가시고기의 생태에 대한 기록이 없어, 사전준비 없이 제작에 임했다보니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7~8㎝에 불과한 가시고기와 엄지손가락만한 그들의 집,0.5㎝에 지나지 않는 새끼들을 촬영하기 위해 제작진은 내시경 카메라를 사용했다.

제작진은 또 이번 작품을 만들면서 아직 학계에서도 잘 모르는 가시고기의 생태몇 가지를 발견했다.

가시고기는 얕은 곳이 아닌 깊은 곳에서부터 둥지를 틀기 시작한다는 것과 짝짓기때 구애 행동을 하는 것은 수컷이 아니라 암놈이라는 사실, 통설과 달리 2종 이상의 가시고기가 같은 하천에서 서식하고 있다는 것, 수놈이 입으로 알을 자극해 새끼들의 알깨기를 돕는다는 사실 등이다. 특히 수놈의 알깨기는 지금까지 나온 가시고기에 관한 책자 어디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이라고 제작진은 밝힌다.

이 작품을 총괄한 안희구PD는 "자식을 위해 온몸을 바치는 큰가시고기의 모습을촬영하다보면 어느덧 고기와 내가 한 몸이 됨을 느꼈고 수컷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울기도 했다"며 "시청자들은 무엇을 느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99년「자연다큐멘터리」'동강'을 통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도했던 안PD는 5년여동안 10여편의 작품을 만든 자연다큐멘터리의 베테랑이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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