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스페셜' JSA를 떠날 날은 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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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에는 남북간 총격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스위스에서 파견된 여성 장교가 등장한다. 그녀의 이름은 소피(이영애) . 중립국감독위원회 소속이었다.

KBS1 '일요스페셜' 이 24일 6.25발발 51년을 맞아 준비한 '비무장지대의 이방인들' 은 '…JSA' 가 다뤘던 중립국감독위원회(중감위) 를 소재로 하고 있다.

담당 김형석PD는 "영화에 나타난 중감위의 권한과 능력은 굉장히 과장됐다" 며 "6.25에 맞춰 정전협정의 산물인 중감위를 다루는데는 전쟁 자체 보다는 불완전한 휴전 상태가 전쟁의 완전 종식으로 전환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담겨 있다" 고 설명했다.

중감위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로 설치된 기구다. 한반도의 군비증강 억제에 관한 정전협정 제13항에 따라 유엔군사령부가 스위스와 스웨덴을, 북측이 체코와 폴란드를 각각 지정했다. 여성장교가 파견된 적은 53년에 딱 한 번 뿐이었다.

프로그램 내용 중 절반 이상은 중감위의 하루 일과와 활동을 다룬다. 스위스와 스웨덴에서 각각 5명씩 파견한 장교들은 공동경비구역 바로 아래쪽에 따로 캠프를 만들어 생활하고 있다.

반면 북측의 중감위는 90년대 초반 북한이 폴란드와 체코를 추방한 후로 체코는 활동을 하지 않고 있으며 폴란드는 1년에 두 차례 남측 중감위 캠프를 찾아와 활동하고 있다.

소설가 이호철씨가 "해괴망측한 잡물, 사람으로 치면 가슴패기에 난 부스럼같은 것" 이라고 표현한 판문점. 그 일대에서 생활하는 지구 반대편의 이방인들은 분단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다시 카메라는 중감위의 과거로 향한다. 군비통제라는 중감위의 설치 목적에 따라 55년경에 남북한의 다섯 개 항구에 중립국감시시찰소를 설치한 적도 있었지만 실제 중감위는 상징적인 존재일 뿐이다.

중감위의 존재를 비웃듯 분단 후 남북한 간의 군비경쟁은 가속화됐고, 한반도는 지금도 2백여만명의 병력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위험지역이다.

김PD는 "중감위의 역사는 실패한 군비통제의 역사며 그들의 존재 자체가 꿈같은 일이 아니었을까" 라며 "이제 남은 과제는 평화협정을 통해 중감위가 명예롭게 철수하는 길을 열어주는 것뿐"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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