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늦깎이 3년차 무명 설움 떨친다

중앙일보

입력

무명들이 그라운드를 질주하고 있다.

올시즌 프로축구 정규리그인 2001 POSCO K-리그가 막 닻을 올리자마자 그동안 잡초처럼 숨죽이고 있던 늦깎이 무명들이 스타급 선수들을 제치고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무명의 설움을 떨칠 준비를 마친 선수들은 부천의 스트라이커 안승인(28)과 포항의 수비수 김은석(29). 공교롭게도 실업팀을 거쳐 99년에 입단한 프로 3년차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이들은 지난 17일 개막전과 20일의 2차전에서 나란히 골잔치를 펼치며 팬들의 주목을끌었다.

먼저 185cm, 80kg인 김은석은 대포알 중거리슛으로 올해 정규리그 1호골을 터뜨리며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켰다.

경기대를 졸업한 뒤 할렐루야에 몸담았던 김은석은 99년 포항에 9순위로 턱걸이 입단해 연습생 수준인 계약금 2천만원, 연봉 1천20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탄탄한 수비능력과 성실성을 인정받아 데뷔 첫해에 거의 전경기에 출전했고 지난해에도 22경기에 나서는 등 붙박이 수비수로 자리잡았고 마침내 프로 첫골을 시즌 개막일 1호골로 장식한 것. 96년 서울시립대를 졸업하면서 한일생명에 몸담았던 안승인은 20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경기에서 펄펄 날았다.

곽경근과 투톱을 이룬 안승인은 전반 15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수비수들을 뚫고 선제골을 터뜨린 뒤 33분 아크 안쪽에서 절묘한 감아차기로 결승골을 뽑아 경기장을 메운 3만4천여 관중들을 사로잡았다.

99년 부천에 2순위로 계약금 8천만원, 연봉 2천40만원에 입단한 181cm, 72kg의 안승인은 데뷔 첫해 15경기에 출전,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적응하는듯 했지만 지난해 양쪽 발목을 모두 다치는 부상탓에 정규리그는 거의 뛰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겨울훈련때 집중적인 체력훈련으로 부상을 극복할 수 있었고 급기야 이날 조윤환 감독에 홈 3연승을 선사했다.

99년 12월 결혼한 장정욱(27)씨와의 사이에 6개월된 딸을 두고 있는 안승인은 "스타플레이어가 없는 부천이 하위팀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무명도 해낼 수 있다는 각오로 열심히 뛰었다"며 "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서울=연합뉴스) 장익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