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날 세우는 문·안 …‘담판보다 경선’ 분위기 고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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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6일 밤 서울시 중구 신당동 누존 상가를 방문했다. 박 후보가 추석 대목을 맞아 분주한 상인들과 웃으며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문재인-안철수, 두 야권 후보의 단일화를 둘러싼 신경전이 본격화됐다. 무소속 안 후보는 25일 밤 한 행사에서 “이미 강을 건넜고,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고 말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정치권에선 “안 후보는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때 박원순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처럼 결정적 순간에 문 후보에게 양보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안 후보는 자신에게 쏠리는 중도사퇴의 가능성을 부인한 셈이다.

 문 후보도 마찬가지다. 민주통합당 후보가 되기 전까지 그는 안 후보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이기기 위해 함께 가야 할 야권의 자산’으로 인식했다. 공동정부론·책임총리론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하지만 문 후보는 전날 당 워크숍에서 “나는 100만 명 이상이 뽑아준 후보”라고 했다.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라는 뜻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왼쪽)가 26일 서울시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박원순서울시장(오른쪽)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함께 서로 어깨를 주물러 주고 있다 [김형수 기자]

 야권은 단일화 없이 대선에서 승리한 적이 없다.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담판을 통해,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몽준 후보와 여론조사 경선을 통해 단일화에 성공했다. “모두 다 합쳐도 겨우 이겼다”(김한길 민주당 최고위원)고 할 정도로 단일화는 야권의 마지막 카드다.

 그런데 지금 두 후보의 발언이나 자세를 보면, 서로 덕담 나누며 쉽게 단일화를 이룰 분위기는 아니다. 담판을 통해 어느 한 명이 다른 사람의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면, 남은 방법은 경선밖에 없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두 사람 모두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담판보다는 경선 가능성이 커진 게 사실”이라며 “두 후보 모두 경선을 하려면 자신감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전략적 발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26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김해=뉴시스]

 두 후보의 일정도 경선을 의식하고 있다는 게 야권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안 후보는 25일 부산에서 1박을 했다. 문 후보는 27일 광주에서 1박을 한 뒤 부산으로 간다. 안 후보도 부산 방문을 마치고 26일 처가가 있는 여수로 향한다. 부산·경남(PK)과 호남을 단일화의 승부처로 보고 서로 추격전을 펼치듯 하는 모습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산에선 문 후보가 안 후보보다 다소 우위다. 지난 21~22일 중앙일보 여론조사연구팀이 부산·울산·경남 유권자를 조사한 결과 문 후보는 48.3%, 안 후보는 38.5%의 지지를 얻었다. 반면 민주당 후보임에도 문 후보는 호남에서 안 후보를 넘지 못하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문 후보는 38.5%를 얻어 안 후보(54.9%)에 17%포인트 이상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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