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풍자하는 싸이 인기 끄는 건 그만큼 사회가 불만에 차 있다는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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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존 캐스티 박사는 복잡계 전문가다. 발생가능성은 낮으나 엄청난 파급력을 지닌 사건을 뜻하는 ‘X-이벤트’의 예측 및 평가,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오스트리아 빈에 X-센터를 설립했다. [사진 반비]

“차기 대통령을 예측하려면 선거 1~2주 전 코스피 증시를 보면 된다. 증시가 오르면 현재 집권당 후보가 되는 것이고, 떨어지면 정권교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복잡계의 세계적인 대가이자 사회과학자인 존 캐스티(69) 박사가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초청으로 내한한 캐스티 박사는 26일 간담회를 열고 “증시는 사람들이 미래의 상황에 거는 배팅이기 때문에 현재 사회적 분위기(social mood)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알 수 있는 지표다. 일기예보와 비슷해서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미국의 경우는 대부분이 맞아떨어졌다”라고 말했다.

 캐스티 박사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사회의 흐름이 바뀐다고 주장한다. 각 사회마다 시스템의 복잡성(complexity)이 달라 이 간극이 극복되지 않을 때 ‘X-이벤트(extreme events, 극단적 사건)가 발생하는데, 이 때 사회적 분위기가 긍정적이면 긍정적으로 흘러가고, 부정적이면 부정적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예컨대 그는 5년 전 유럽의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를 보고 유로존의 경제 위기를 예측했다. 당시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그 예측은 들어 맞았다. 그는 올 2월 한국에서 출간 된 『대중의 직관』(반비·원제 Mood Matters) 과 내년 초 나올 예정인 『X-events』에 이런 내용을 담았다.

-증시로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섣부르지 않나.

 “나는 설문조사를 믿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대답을 바꿀 수 있어서다. 하지만 증권은 잘못 배팅하면 손해를 입기 때문에 책임감 있게 선택할 수밖에 없다. 또 금융시장의 데이터는 쉽게 얻을 수 있고, 오랜 시간 축적된 자료가 있다. 증시 외에 사회적 분위기를 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SNS다. 트위터에서 나오는 시그널들이 2~3일 후에 증시에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 연구가 있었다.”

 -한국은 새롭게 등장한 안철수 후보의 돌풍이 만만치 않다.

 “현재 한국 경제의 지표나 사회적 분위기를 보면 안 박사가 좋아서라기보다 현재 여당에 대한 반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누가 야당 후보가 되든 간에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국도 오바마가 대통령이 됐을 때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컸고, 누가 민주당 후보가 되느냐는 중요치 않았다.”

 -사회적 분위기는 조작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불가능하다. 개인의 믿음은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알 수 없다. 집단행동의 경우에도 단순히 개인의 합이 아니기 때문에 예측하거나 조작하는 것이 힘들다. 조작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그것은 두 번 이상 반복될 수 없었다. 공식이 없기 때문이다.”

 -싸이의 인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강남을 풍자하는 B급 스타일의 음악에 이런 호응을 하는 것은 그만큼 한국사회가 불만에 차있고 부정적인 분위기란 뜻이다. 『대중의 직관』 프레임으로 보자면, 경기가 좋았다면 이런 인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남북관계는 어떻게 보나.

 “남한과 북한은 사회의 복잡성의 간극이 크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복잡성이 올라가는데 남한은 높고, 북한은 낮다. 이 간극이 더 벌어지면 전쟁 같은 X-이벤트가 벌어질 수도 있다. 대책은 간극을 좁히는 것이지만, 자발적으로 복잡성을 낮추려는 사회는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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