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 쌓인 대형ㆍ재건축시장 거래 '반짝'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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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스랜드 취재팀기자] 대기업 임원을 지내고 은퇴한 A(58)씨는 최근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2011년 내놓은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2단지 전용면적 152㎡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A씨는 "은퇴 이후 경기도 용인의 중소형 아파트로 이사했지만 목동 집이 팔리지 않아 마음고생을 했다"면서 "올해도 넘기는 건가 걱정했는데 이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매수세가 꽁꽁 얼어붙었던 서울의 대형·재건축 아파트값이 급락함에 따라 '반짝 거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 나온 지 1~2년이 지났지만 팔리지 않는 '악성 매물'이 쌓이자 매매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고, 취득세 인하 정책이 큰 집을 원하는 실수요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춰 거래가 조금씩 살아나는 모양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집값이 오를 때는 양도차익에 대한 기대가 있어 취득세 등에 별 신경을 안 쓰지만 지금같은 실수요자 위주 시장에서는 취득세 인하의 영향력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실거래가 26억원을 기록했던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169㎡ 아파트는 26일 현재 호가가 21억8000만원까지 빠져 두달만에 4억원 이상 떨어졌다.

매도자 호가 더 낮춰…"지금 팔자"

반포동 H공인 관계자는 "취득세 인하 발표 후 어떻게든 연내 처리하겠다는 매도자들이 늘었다"면서 "일주일만에 1000만원 더 내리겠다는 연락이 오는 등 무서운 속도로 값이 빠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재건축 거래 건수도 늘었다.  강동구 D부동산 관계자는 "8월에 5건 팔렸던 둔촌 주공아파트가 9월 들어 20건 넘게 거래됐다"면서 "저가 급매물이 빠져 호가는 3000만~4000만원, 실거래가는 1000만~2000만원 정도 올랐는데 아직 추격 매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의 추세는 악성 매물이 소화되는 과정일 뿐 '바닥'은 아직 멀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박 팀장은 "추석 이후까지 반짝 거래가 이어지겠지만 당분간 본격적인 회복세로 가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장기간 안 팔리는 악성 매물을 걷어내 시장을 정상화하고 하우스푸어 부담을 줄이는 기회가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소장도 "거래 부진으로 부동산시장의 '소화불량'을 일으켰던 중대형의 매매 가능성이 약간 높아진 정도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모든 주택의 취득세를 50% 인하하자는 9.10 대책과 관련해 민주당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는 현행 4%에서 3%로 1%p만 내리자고 수정 제안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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