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던 월곶 모텔촌 ‘요우커 숙박촌’ 됐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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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경기도 시흥시 월곶동 월곶포구는 한때 ‘불륜촌’으로 불렸다. 32곳에 달하는 즐비한 모텔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즘 이곳에선 여행가방을 끌고 다니는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모텔들이 리모델링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수입도 예전 모텔을 운영할 때보다 더 좋아졌다.

 시작은 지난 5월 모텔업주 7명이 모여 만든 ‘외국인 관광객 유치위원회’였다. 이들은 이후 한 달간 모텔을 외국인 관광객 숙소로 개조했다. 가족단위 관광객을 위해 한 개만 있던 객실 침대 수를 두 개로 늘렸다. 모텔 카운터도 폐쇄형에서 오픈형으로 꾸몄다. 조명과 벽지도 밝은 색으로 교체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의 기호에 맞춰 장식했다.

 홀이 있는 인근 식당과 연계해 관광객들이 불고기 등의 한식으로 아침식사를 할 수 있게 했다. 아침에 영업을 하지 않던 주변 식당은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고, 숙박업계는 조식 문제를 해결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런 노력으로 7곳의 모텔은 지금까지 8000명이 넘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했다. 비회원 모텔까지 포함하면 1만5000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다녀갔다.

 조진호(44) 외국인관광객유치위원회 위원장은 “현재는 전체 손님의 60%가 외국인 관광객일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며 “지금까지 참여하지 않았던 다른 모텔들도 속속 합류하면서 외국인 숙박촌으로 재탄생했다”고 말했다. 모텔을 개조한 외국인 숙소는 수원 인계동에도 10개 업소가 운영 중이다.

 경기도가 모텔을 외국인 숙박시설로 만든 이유는 부족한 숙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경기도에는 한 해 230여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다. 하지만 도내 호텔 수는 88곳(6128개실)뿐이다. 이 때문에 경기도는 2012년까지 최소 2937실~최대 1만2248실의 객실이 부족하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런 문제로 머무는 관광객이 아니라 당일치기로 들렀다 가는 경유형 관광객이 많아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았다.

 관광객의 불만도 많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중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관광 실태조사 결과 열악한 숙박시설(39.1%)에 대한 불만이 가장 컸다. 이어 부실한 음식(18.7%)과 ‘중국어 안내 부족’(16.1%) 순이었다.

 이에 경기도는 2015년까지 수원·의정부·고양 등 8개 지역에 호텔 10곳(1010실)을 건설하기로 했다. <표 참조> 이 중 4곳은 200실 이상의 특급 호텔로 지어진다. 호텔이 생기는 지역은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다. 한류월드가 들어설 예정인 고양 관광문화단지에는 2013년까지 370실 규모의 관광호텔이 들어선다. 하루 평균 유동인구만 15만 명이 넘는 수원역에는 293실 규모의 비즈니스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경기관광공사 권오상 해외마케팅팀 과장은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에는 도내 대학 기숙사를 관광객 숙소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중국 최대 명절인 중추절(9월 29일~10월 1일)과 국경절(10월 1~7일)이 겹치는 만큼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도는 앞서 외국인 숙소에서는 기초 중국어 및 중국 문화 교육을 진행했다. 각 음식점에는 ‘중국관광객 접대 시 알아두면 좋은 점’을 안내 자료로 배포하고 중국 인바운드 여행사에도 ‘경기으뜸맛집’ 정보를 제공한다.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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