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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늘리고 10년 방황 탈출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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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KBS 일일시트콤 ‘닥치고 패밀리’에서 열희봉 역으로 인기몰이 중인 박희본. “우악스러워서 시집을 못 가겠구나 싶지만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못생기고 촌스러운 이 여자 열희봉. ‘착하기라도 하겠지’라는 세상의 편견은 잊자.

 지난달 시작한 ‘닥치고 패밀리’(KBS)는 환경이 다른 두 가족이 재혼으로 합쳐지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일일시트콤이다. 외모지상주의·왕따·재혼 등을 담아내며 호평을 받고 있다. 눈에 띄는 인물은 열희봉, 배우 박희본(29)이다.

 -10㎏을 찌웠다던데.

 “희봉은 못생긴 친구니까. 시청자들이 ‘저게 뭐가 뚱뚱하고 못생긴 거야’라고 느끼면 안 될 것 같아, 혼자 집에서 치킨을 시켜 먹으며 살을 찌웠다.”(웃음)

 박희본은 걸그룹 출신이다. 2001년 4인조 ‘밀크’로 데뷔했다가 곧 연기로 방향을 틀었다. 요즘 말로 ‘연기돌’인 셈.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수많은 오디션에 떨어지며 “연기라는 친구에게 배신을 당한 느낌”이었단다.

 꿈을 접고 취업 준비를 하던 올 초, 영화감독 윤성호의 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MBC에브리원)에서 촌스럽고 센스 없는 구희본 역을 맡게 됐다. ‘닥치고 패밀리’ 연출진은 그걸 보고 희봉 역에 그를 낙점했다.

 -또 ‘못생긴’ 역인데.

 “처음엔 예쁜 지윤 역으로 제안을 받은 줄 알았다. 아무리 봐도 열희봉은 아니었다. (웃음) 근데 너무나 기다렸던 기회여서 놓칠 수 없었다. 완벽하게 열희봉이 되자고 다짐했다. 어렸을 때부터 ‘돼지’라고 놀림 받았던 희봉은 당당하게 걷지 못할 것 같아서 걸음걸이부터 구부정하게 고쳤다. 살을 찌우고 화장도 비비크림만 바른다. 3000원 이하의 옷들만 입고, 극중 가방도 짝퉁이다.”

 - 정말 희봉의 심정을 이해하나.

 “여름 내내 살을 찌웠는데 거울을 보면 눈물이 났다. 사람들 만날 때도 눈치가 보이고, 괜히 서러웠다. 요즘도 버스를 타며 사람들을 유심히 살핀다. 혹시 희봉스타일로 쓸 만한 게 있나 하고.”(웃음)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좀 진지한 것도 해보고 싶다. 굳이 표현하자면 슬픈 광대가 되고 싶다. 광대지만 슬픔이 있는, 그런 캐릭터.”

 -희봉도 신데렐라로 변신하나.

 “갑자기 공주가 되진 않을 거다. 내적인 자신감을 얻으면서 아름다워지도록 표현할 생각이다. 감독님한테도 얘기했다. ‘저는 희봉이가 예뻐지는 건 싫어요. 한 걸음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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