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구리의 대완착, 10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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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보(99~113)=보기엔 별 것 아닌 △의 후퇴가 일파만파의 변화를 몰고 온다. 구리 9단이 A로 강력히 차단하지 못한 것은 부자 몸조심의 심리가 큰 몫을 했다. 이 정도로도 충분히 유리한데 진흙탕에 발을 담글 필요가 있느냐는 거다. 그러나 이 한 번의 후퇴로 형세는 크게 좁혀졌고, 좁혀진 형세는 다시 구리 9단을 초조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102는 미묘한 응수타진이다. ‘참고도1’처럼 끊는 수가 검토실에서 계속 논의되고 있었다. 그러나 구리는 흑4의 붙임수(실전보 B)가 거슬려 결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해서 102로 대마의 근거부터 위협한 것이고 원성진 9단은 어렵게 선수를 잡아 107 지키게 됐다. 한데 바로 이 직후 구리는 엄청난 완착을 범하고 만다. 바로 108 젖힌 수다. 구리는 흑B가 계속 마음에 걸려 거의 무의식적으로 108을 두었는데 순간 노심초사하던 원성진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만나게 된다.

 108은 ‘참고도2’ 백1로 끊어야 했다. 미묘한 차이지만 이때는 흑2로 받을 공산이 크다. 흑B를 못 두게 하는 효과는 똑같다. 이 다음 우상으로 손을 돌려 반상 최대의 백3을 차지했으면 바둑은 여전히 백이 우세했다. 실전은 간발의 차이로 흑이 109를 선제하게 됐고 이순간 요지부동의 형세는 우르릉 소리를 내며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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