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는 “간호사가 폭행 눈감아” … 병원선 “한 차례뿐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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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충남의 한 국립병원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환자들 사이에 지속적인 폭행과 괴롭힘·갈취 등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본지 9월 25일자 19면]

 현재 이 병원에 입원 중인 30대 초반의 A씨는 2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말이 병원이지 사실상 교도소나 다름없다. 힘이 센 사람이 폭력을 휘둘러도 간호사가 눈감아주고 있다”며 “과거에도 성폭력 사건이 여러 차례 있었다는 증언을 다른 환자들로부터 들었다”고 털어놨다. 병실에 감금하고 여러 명이 폭행해도 외부로 알려지지 않는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성폭력 사건이 지난 6일 한 차례뿐이었다는 병원 측의 설명과는 배치된다.

 이 병원 L원장은 “이번에 발생한 10대 청소년 사건이 취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환자들이 제기한 폭력과 인권침해 문제가 100여 건에 달하지만 인권위원회나 상급기관 감사에서 허위사실로 드러났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관리감독기관인 보건복지부는 이날 해당 병원을 대상으로 현장방문에 나섰다. 당초 경찰 수사결과를 기다린 뒤 조치를 취하기로 했으나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 즉각 실태 파악에 나선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직원 2명을 보내 현장점검을 하고 상황파악을 했다”며 “병원 측의 잘못이나 은폐가 드러나면 적절한 행정처분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드러난 사건이 이번 한 번이지만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공주경찰서는 27일까지 가해자 조사를 마친 뒤 곧바로 병원 관계자를 소환키로 했다. 경찰은 우선 신고가 늦어진 점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사건 당일 병원 관계자가 목격한 시간이 오후 6시30분인데 신고 시간은 8시30분으로 2시간가량 차이가 난다. 현행법(아동·청소년 성보호에 대한 법률)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해당 기관의 장(병원장)이 곧바로 신고해야 한다. 경찰은 병원 측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신고를 늦춘 것으로 보고 있다. 병원 측의 부실한 환자 관리와 간호사가 규정에 맞게 순찰했는지 등도 수사 대상이다. 이시준 공주경찰서장은 “철저히 수사해 성폭력이 상습적으로 발생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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