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기업이 친환경? 그건 오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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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전 세계 인터넷 기업들이 데이터 처리를 위해 핵 발전소 30개 분량의 전력량을 쓰면서 대기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폭로했다. 또 “이 전력량 중 90% 이상이 실제로 사용되지 않고 그냥 낭비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인터넷 기업의 데이터 센터들은 24시간 한계 전력까지 가동된다. 하지만 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70개 대형 데이터 센터의 2만 개 서버를 분석한 결과 이 중 실제로 데이터 처리에 쓰이는 전력은 평균 6~12%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이용량이 급증할 경우를 대비한 예비 전력. 대부분의 전력은 실제로 쓰이지 않고 버려지는 것이다. ‘클릭 한 번’에 연결이 안 되면 짜증을 내는 이용자를 고려해 인터넷 속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대비하기 위해서다. 익명을 요구한 인터넷 업계 CEO는 NYT에 “(에너지 낭비는) 아무도 먼저 밝히려 하지 않는 업계 비밀”이라며 “ 우리가 제조업체였다면 바로 퇴출됐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전 세계 수만 개에 이르는 데이터 센터들이 쓰는 총 전력량은 300억W(와트)다. 핵 발전소 30개에서 생산되는 전력량과 비슷하다. 미국에서만 75억~100억W를 쓰는 것으로 분석됐다. 데이터 센터 한 개의 전력 사용량이 중소도시 한 곳의 전력 사용량보다 많다. 데이터 센터 운영에 구글은 3억W, 페이스북은 6000만W의 전력을 쓴다. 이렇게 많은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인터넷 기업들은 디젤 배기가스가 배출되는 발전 시설을 이용한다. 실리콘밸리의 데이터 센터들이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유해 대기오염 목록 ’에 올라있는 까닭이다. 버지니아·일리노이주에서만 최소 12개의 데이터 센터가 대기오염법을 어겼다. 특히 아마존은 허가 없이 자체 발전기를 돌리는 등 3년 동안 24번 이상 대기오염법을 위반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내 데이터 센터는 1998년 432개에서 2010년 2094개로 급증했다. 페이스북의 경우 사용자가 1000만 명에 불과하던 2006년 초에는 메인 서버가 하나뿐이었지만 약 10억 명으로 사용자가 늘어난 지금은 수만㎡에 이르는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NYT는 “1년 동안 정부 문서 열람, 수백 명의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에너지 낭비 실태를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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