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크리에이션 노트 <하> 이상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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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림 대표는 삼성 갤럭시 노트 10.1을 사용한 후, 책상을 차지하던 종이와 펜이 상당수 사라졌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건축가의 매력에 빠졌다. ‘건축학개론’의 승민에서 ‘신사의 품격’의 도진으로 이어진 대중의 관심은 이제 현실 속 건축가에게로 옮겨갔다. 우리나라의 대표 건축가이자, ‘공간그룹’ CEO인 이상림씨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시대와 소통하는 건축물을 만들기 위한 그의 고군분투는 현재진행형이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의 남자 주인공이 일하던 건축사무소는 실제 건축사무소였다. 창덕궁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종로구 원서동 ‘공간그룹’ 사옥이 그곳이다. 드라마 방영 이후 공간사옥을 찾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보기 드물게 매주 일요일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부를 둘러보도록 문을 활짝 열어두었다. 대한민국 건축가들이 꼽은 ‘최고의 건축물’이기도 한 이곳의 주인장은 이상림 대표다. 견고하고 편안한 건축물의 일부처럼 보이는 건축가 이상림씨는 영화 속 요새 같은 계단을 몇 바퀴 올라야 갈 수 있는, 그의 집무실에서 손님을 맞았다.

 이 대표의 작업 공간은 조명을 한껏 낮춘 대청마루 위 앉은뱅이 책상이었다. 그리다가 만 설계도와 메모지, 펜이 가득할 것이라 상상했던 건축가의 책상은 생각보다 간소했다. 그는 “이 자리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고, 창작의 아이디어를 생산해내는 장소”라고 소개했다.

 3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건축가로 살면서 그가 남긴 작품은 많다. ‘로봇 태권브이 빌딩’이란 애칭을 얻은 명동의 랜드마크 ‘서울중앙우체국’, 혹한의 날씨를 견디도록 설계된 남극대륙의 ‘장보고 과학기지’, UFO를 닮은 돔지붕의 ‘부산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지만 그의 최고 걸작은 아직 지어지지 않았다. 그는 “남은 인생 동안 그것을 짓는 게 바람이다”고 겸손한 소회를 밝혔다.

 그가 꿈꾸는 건축은 무엇일까. 그는 “집은 집다워야 하고, 종교장소는 엄숙해야 한다”며 “건축물은 그 본연의 의미를 담되 자신의 개성을 녹여내야 한다”고 했다. 또 “건축은 순수예술품과 달리 사회성과 공익성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시대를 반영하고 소통할 줄 아는 식견이, 건축가에게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이 대표는 스마트기기를 적극 활용한다. 종이 수첩과 펜 대신 그의 손에는 ‘삼성 갤럭시 노트 10.1’이 들려있었다.

 이 대표는 수시로 갤럭시 노트 10.1에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을 기록한다. 언제 어디서나 아이디어를 스케치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갤럭시 노트 10.1은 메모해 둔 내용을 불러오기도 편하고, 16:9 화면 비율 때문에 스케치가 한층 용이하다. 그는 “기술과 휴먼 감성이 조화를 이뤄, 펜에 익숙한 나 같은 세대나 건축가에게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고 말했다. 그립감이 좋은 ‘S펜’은 펜의 굵기나 효과 조절이 가능하다. 예전에는 굵은 목탄 느낌을 선호하던 그도 이제는 얇은 펜 선을 즐긴다.

 그가 갤럭시 노트 10.1을 아끼는 또 다른 이유는 작업의 편의성에 있다. 그는 “일을 하다보면, 일부분을 남기고 나머지를 버려야 할 때가 있다”며 “그럴 땐 ‘드래그&드랍 기능’을 사용해 필요한 부분만 캡쳐한 후 새 파일에 옮겨 작업을 손쉽게 이어갈 수 있다”고 말을 이었다. 또한 메모나 작업 내용을 쉽게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 기능은 그가 일하는 공간그룹의 회의 시간에 활용된다. 미리 올려진 자료를 함께 보며 실시간으로 자료에 메모하고 공유한다. ‘멀티스크린 기능’으로 그 자리에서 인터넷 검색으로 손쉽게 자료를 찾기도 한다. 이 대표는 “발행하고 있는 ‘공간’지 편집회의가 훨씬 효율적이 됐다”고 사용소감을 밝혔다.

멀티스크린 기능을 이용해 한 화면에 두 개의 창을 띄워 놓았다. 인터넷 남극 장보고 기지 사이트(화면 왼쪽)와 이 대표의 스케치.

 최근 그는 갤럭시 노트 10.1의 새로운 기능을 발견했다. 손으로 대충 그린 도형을 알아서 인식해 바르게 보정해주는 ‘도형인식 기능’과 어려운 수식도 척척 계산해 주는 ‘수식인식 기능’이다. 공대생이나 건축학도에게 추천할만한 부분이다. 그는 “요즘 대학가의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며 “학생들이 강의를 들으며 갤럭시 노트 10.1과 같은 기기에 바로 필기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건축가가 되겠다며, 1981년 공간에 발을 들여 놓은 이 대표는 어느새 머리 희끗희끗한 중년이 되었다. 한 회사를 이끌고, 한 시대를 이끄는 위치가 됐다. 초심을 잃지 않고, 시대와 소통하려는 그의 걸작이 기대된다.

● 건축가 이상림=공간그룹 대표이자 월간 ‘스페이스’ 발행인. 현재 한국건축가협회 명예회장으로 있다. 2002년과 2005년 두 차례에 걸쳐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대표 프로젝트로는 부산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 서울중앙우체국 등이 있다.

<글=강미숙 기자 suga337@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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