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에 수천만원 쓰는 VIP 30%는 다시 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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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 압구정동의 갤러리아 명품관에는 중국인 VIP 담당 매니저가 따로 있다. 차하영(30·사진) 매니저다. 그는 24일 “지난해보다 20~30대 젊은 중국인 고객이 많이 늘었다”며 “지난 6월엔 20대 젊은 예비 부부가 찾아와 이틀에 걸쳐 8000만원어치의 예물과 혼수를 사간 적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은 한국의 웨딩 촬영이 세련되고 멋스럽다며 서울 청담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웨딩 촬영을 한 뒤 갤러리아에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들이 사간 명품은 까르띠에 시계와 보석, 톰포드 양복, 크리스찬 루부탱 구두, 발렌티노 여성의류 등이었다. 차씨는 “관광버스를 타고 오는 단체관광객과는 달리 이들은 입소문을 듣거나 인터넷을 검색해 친구끼리 삼삼오오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파는 명품 시계와 보석류는 부자 중국인들에게 유달리 인기다. 중국에서 사려면 한정판 등 원하는 물건을 제때 못 사는 경우가 많다. 중국에서는 고가의 귀금속이나 시계에 높은 특별소비세를 매긴다. 하지만 한국 백화점에서 같은 물건을 사면 8~23%의 세금을 환급받기 때문에 그만큼 싸다. 이런 이유로 갤러리아 명품관의 명품 보석·시계 중국인 매출은 지난해보다 270% 늘었다. 지난해 이곳에 명품시계 파텍 필립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7000만원짜리 시계를 제일 먼저 산 1호 손님도 중국인이었다.

 차 매니저는 “특히 웨딩 촬영 왔다가 온 경우, 성형외과 왔다가 온 경우 등이 많아 이런 쇼핑객을 체계적으로 붙잡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번 왔던 손님을 다시 모시기 위해 중국인 전용 멤버십 카드도 만들었고, 이들에게 관심이 갈 만한 행사가 열리면 직접 국제전화로 마케팅을 한다”고 말했다. “한번 오면 수천만원을 쓰는 이런 중국 VIP 명단과 숫자는 일급 비밀”이라며 “이들 중 30% 정도는 다시 한국을 방문하곤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인들이 고가 유럽 명품만 찾는 것은 아니다. 차 매니저는 “요즘은 한국 여성의류 브랜드 오브제, 오즈세컨, 미샤, 아이작 컬렉션이나 남성의류 브랜드 솔리드 옴므, 시스템 옴므, 타임 옴므 등을 한번에 브랜드당 100만원어치 이상씩 사가기도 한다”고 밝혔다. 중국에 매장이 있지만 국내 가격보다 비싸게 팔고, 신상품도 한국이 더 빨리 나오기 때문이다. 한밤중이나 주말에 중국인 고객이 미용실이나 식당이라며 전화가 와 통역해 주는 경우도 많다. 차 매니저는 “공산사회에 익숙한 중국인들은 한국 백화점들의 서비스에 많이 놀라곤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서경호(팀장)·최지영·김영훈·김준술·장정훈·한애란·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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