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55대 1 경쟁률 보였던 송도 더 프라우, 이럴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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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었던 2000년대 중반을 대표하는 단지는 단연 인천 송도 더 프라우 오피스텔이다.

코오롱건설이 2007 4월 인천 송도지구에 분양한 이 오피스텔은 당시 뜨거웠던 부동산 투자 열풍을 등에 업고 여러 가지 진기록을 남겼다.

청약 경쟁률 4855 1. 123실 모집에 597000여 건의 청약이 접수됐다. 3일 동안 몰린 청약금만 53000억원. 웬만한 아파트단지 총 사업비 수준이다.

사상 초유의 분양 취소 사태도 일어났다. 당초 3월에 현장 접수 방식으로 분양될 예정이었지만 밤샘 줄서기 등 청약일 전부터 폭발적으로 사람이 몰려 결국 당일 청약이 취소되고 한달 뒤 당시 아파트 청약에만 도입됐던 인터넷청약과 은행(농협) 접수를 병행해 청약자를 받았다.

국내 부동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로또’ 오피스텔은 현재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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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전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이 오피스텔은 달라진 부동산 시장 분위기 만큼이나 처지가 크게 달라졌다. 분양 후 한달만에 최고 1억원의 웃돈을 자랑했지만 현재 몸값은 분양가 수준. 급매물은 분양가 이하에 나오기도 한다.

가장 크기가 작은 56㎡형(이하 공급면적) 분양가는 11100만원. 현재 시세는 12000만원이다. 금융비용을 감안하면 사실상 분양가보다 낮은 수준이다. 101㎡형도 분양가(19400만원) 수준에 시세가 형성됐다.

전세도 인기가 없다. 106㎡형 전셋값은 5500~6000만원으로, 매매가의 30%에 못 미친다. 크기가 커질 수록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은 더 낮아진다. 146㎡형은 7000만원에 전세가 나온다.

현재 매매시세는 32000만원선. 전세가율이 21%에 불과하다. 인근 단지보다 전셋값이 낮다. 송도 더샵 퍼스트월드 102㎡형은 8500만원, 131㎡형은 9000만원에 전세가 나온다.

입지 외진 편인 데다 바닥난방 안돼 세입자 외면

로또가 찬밥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꼽힌다. 당초 계획됐던 개발에 차질이 생기면서 예상했던 만큼 유입인구가 없었던 것.

동북아트레이드타워 등 송도지구의 대표적인 개발계획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송도지구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라진 것도 작용했다.

오피스텔 공급이 크게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송도 더 프라우 분양 이후 인근에 주상복합단지와 오피스텔단지가 줄줄이 들어서면서 현재까지 오피스텔 3000여 실이 분양됐다.

공급이 크게 늘어나면서 입지 경쟁에서도 밀렸다는 평이다. 주요 업무시설이 몰려 있는 국제업무단지에서 4㎞ 정도 떨어져 있는 데다 인천지하철 1호선을 이용하려면 자동차로 10분 정도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대형 중심의 구성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소형인 56~79㎡은 6실에 불과하다. 대부분 85~146㎡으로 중소형 아파트 크기인 데다 200㎡ 이상 대형도 21실이다.

바닥난방이 되지 않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분양 당시만 해도 업무시설인 오피스텔은 바닥난방이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오피스텔 분양 후 전용 50㎡ 이하에 바닥난방이 허용돼 이후 분양된 오피스텔엔 바닥난방이 적용됐다.

송도동 B공인 관계자는 "당연히 세입자들은 바닥난방이 되는 오피스텔을 찾는 데다 소음 등으로 주거만족도가 좋지 않은 편이라 쉽게 사정이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 인천 송도지구의 송도 더 프라우. 주상복합 단지로, 저층에 오피스텔이 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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