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리 집창촌에 불 … 5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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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7일 낮 12시36분쯤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속칭 '미아리 텍사스'의 4층짜리 집창촌 업소에서 불이 나 '성매매 여성' 5명이 숨졌다.

이 업소는 전날 성매매특별법을 위반해 경찰에 단속을 당하고도 영업을 계속했으며 숨진 여성들은 오전 6시까지 일을 한 뒤 대낮에 잠을 자다 사고를 당했다. 문제의 업소는 유흥주점 등의 허가 없이 여성 11명을 두고 불법 영업을 해 왔다.

◆잠자다 참변=경찰에 따르면 이날 불은 건물 3층에서 시작돼 3.4층으로 옮겨 붙었다. 숙소인 4층에서 잠자던 20~40대 여성 6명 중 5명은 카펫 등에서 나온 유독 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한 명은 구조됐으나 중태다. 당시 건물에는 모두 9명의 여성 종업원이 있었으나 3명은 계단을 통해 탈출했다. 신원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망자들은 성매매에 종사하면서 숙식을 해 왔다.

불은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20여 분 만에 진화됐다. 경찰은 한 여성 종업원이 이날 술에 취한 채 담배를 피웠다는 목격자의 말에 따라 담뱃불로 인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피해 여성들이 감금 상태였는지를 조사했으나 출입은 자유로웠던 것으로 밝혀졌다.

불이 난 지하 1층.지상 4층의 건물에는 성매매 호객을 하는 홀(1층), 손님을 받는 방(지하와 2.3층), 여성들의 숙소(4층) 등으로 돼 있다. 지하 1층에 7개, 2층에 4개, 3.4층에 3개씩 2~3평짜리 작은 방을 만들다 보니 일부 방은 밀폐됐다. 비상구가 있었지만 폭이 1m가 안 되는 가파른 계단으로 돼 있고, 방에 있는 창문도 크기가 작아 비상시 대피하기가 어려운 상태였다.

◆경찰 단속에도 불법 영업=이 업소는 26일 오후 9시30분쯤 경찰에 단속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업주 고모(47)씨 등 2명을 성매매를 알선하고 허가없이 영업한 혐의(성매매특별법 등 위반)로 불구속 입건했다. 그러나 성매매 여성들은 경찰 조사 뒤에도 업소에 돌아와 영업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여성들에게 재활센터 입소를 권유했지만 모두 거절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성매매특별법 시행 후 전국 집창촌의 업소는 현재 1071개로 지난해 9월(1679개)보다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상당수는 무허가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

홍주희.임장혁.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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