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삼성화재 독주로 위기론 점증

중앙일보

입력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어."

16일 삼성화재의 V-코리아리그 전승우승을 지켜본 배구인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어두웠다.

파죽의 30연승에 유례를 찾기 힘든 결승전 3연속 무실세트 승리. 삼성화재 관중석에서 우승 폭죽이 터지는 사이 코트 곳곳은 긴 한숨의 물결 속에 `위기론'으로 가득했다.

특급용병 길슨(브라질)을 데려오고도 또다시 맥없이 무너진 현대자동차측은 "용병 하나 갖고는 도저히 안 되겠다"며 자조했고 한 배구인은 "한국배구가 살려면 삼성부터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말했다.

전승우승에 대해 삼성화재는 회사의 전폭적인 투자와 피땀어린 훈련, 그리고 신치용 감독의 용병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부분의 배구인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재목이 좋아서"라는 단서를 잊지 않았다.

실제로 삼성화재는 감독, 코치에다 선수 12명 중 무려 8명을 거느린 명실상부한 국가대표팀으로, 대표팀 베스트 6에다 석진욱, 최태웅, 장병철, 신선호 등 차세대스타들까지 죄다 거느리고 있다.

현대차가 아시아 최고의 거포라는 이경수(한양대)를 영입하더라도 앞으로 적어도 5년간 우승을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이처럼 두터운 선수층에서 비롯된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한국배구의 사활이 걸린 전력 평준화는 사실상 요원한 게 현실이다.

이에따라 후보선수 방출제와 프로화 등 각종 묘안이 배구계에서 나오고 있지만 남자실업팀이 4개 뿐인 현실과 일부 팀들의 의지 부족에 발목이 잡혀 오히려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삼성화재의 우승이 앞으로 계속 `상처 뿐인 영광'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한배구협회를 비롯한 배구인들이 머리를 맞대 속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을 깊이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수원=연합뉴스)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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