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V-코리아리그, 졸속 끝 폐막

중앙일보

입력

V-코리아 세미프로리그가 `졸속대회'라는 따가운 시선 속에 막을 내렸다.

V-리그는 배구 활성화를 모색하고 프로화의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해 대한배구협회가 중심이 돼 출범했지만 준비 소홀에 따른 스폰서 확보 실패와 일부 팀들의 비협조적 자세로 대회 기간 내내 관중석이 텅 비는 등 파행을 면치 못했다.

프로화를 위한 `리허설'이 화려하기는 커녕 정작 예비 프로팀들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팬들의 철저한 외면으로 오히려 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졸작이 된 것이다.

V-리그의 흥행 실패는 무엇보다 실업팀들이 프로배구를 탄생시키고 한국배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이라는 점에서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는 지적이다.

대회를 출범시켰으면 잔치가 되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했지만 노력은 고사하고 갖은 핑계를 대며 흥행에 딴죽을 걸어 과연 이들이 프로화의 의지가 있는 지조차 의심케 했다.

모기업 사정으로 한때 해체위기에 놓였던 현대건설이 가장 먼저 스폰서비 2천만원을 낸 것과는 대조적으로 LG화재와 흥국생명, 도로공사의 경우 별다른 이유없이 분담금을 내지 않아 대회 졸속을 심화시켰다.

각팀의 성의 없는 선수단 운영도 도마에 올랐다.

현대자동차만이 거액에 외국인선수를 영입해 팬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지만 삼성화재 등 다른 팀들은 "협회가 일처리를 못해 영입 시기를 놓쳤다"는 따위의 궁색한 변명을 대며 똑같은 얼굴들로 나서 오히려 흥미를 떨어트렸다.

더구나 여자팀 감독들의 경우 "용병이 오면 조직력이 망가진다"며 집안단속(?)을 이유로 외국인선수 거부를 결의하는 등 시대에 뒤떨어지는 행태로 일관해 실망을 더했다.

이 때문에 V-리그는 `슈퍼리그와 다른 게 뭐냐'는 비아냥거림에 시달려야 했고 시기적으로도 프로축구, 야구 개막과 컨페더레이션스컵축구대회와 맞물리는 바람에 텔레비전 중계에서도 번번이 제외되는 등 시련을 겪어야 했다.

V-리그는 이와함께 경기 면에서도 삼성화재가 슈퍼리그 5연패 이후 30연승을 기록하는 등 독주를 계속해 팬들에게 `더이상 배구는 볼 게 없다'는 부정적 인식만 심어줬다.

배구협회 관계자는 "대회 개막을 서두르다 보니 준비 과정에 문제가 생겼고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아 흥행이 저조했다"며 "배구계의 여론 수렴을 거쳐 프로 출범등 배구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배구협회는 오는 7월1일 워크숍을 열어 V-리그를 평가하고 올겨울 리그 운영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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