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는’ 청춘 … 20대 빚 9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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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올 2월 지방 사립대를 졸업한 김모(25)씨는 2년 전 저축은행 두 곳에서 500만원가량을 빌렸다. 한 해 6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대기 위해 연 32%라는 고금리를 감수해야 했다. 김씨는 아르바이트를 해 한 달 13만원에 달하는 이자를 내다가 졸업 후 갚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취업 실패로 계획이 틀어지며 지난 5월부터 원리금을 모두 연체하고 있다.

 우리나라 20대 청년(1985~1993년생)들의 빚이 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은 금융감독원의 자료를 인용해 5월 말 기준 20~28세 청년들의 총 대출액이 8조8479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그중 아직 갚지 못한 액수가 7조원에 이른다. 대출금을 3개월 이상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로 등록돼 있는 청년은 1만9520명으로 나타났다.

 대다수는 시중은행을 통해 돈을 빌렸다. 전체 대출의 76%(6조9706억원)가 시중은행에서 나갔다. 저축은행·카드·보험사 등 제2금융권에서 빌린 금액은 전체의 24%(2조1623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빚쟁이’로 전락하는 비율은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청년들이 훨씬 높았다.

전체 채무불이행자 중 78%(1만5290명)가 저축은행 대출로 생겨났다. 현재 저축은행의 대학생 대출 금리가 20% 후반~30% 초반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시중은행 대출로 인한 3개월 이상 연체자는 전체의 16%(3107명)에 불과했다.

 청년 채무불이행자가 갚지 못한 금액은 카드사가 1인당 평균 206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보험사(1150만원), 은행(1010만원), 저축은행(401만원) 등 순이었다. 김 의원은 “카드사에서 소득에 따른 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대출해 준 탓”이라며 “청년대출이 학자금 또는 생계형 대출이 많은 만큼 금융당국은 청년들이 저금리 은행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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