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10대산업 키우자] 업체간 공동연구 분위기 절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 기술연합을 만들어라

인텔은 1990년대 80~90%였던 마이크로 프로세서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78%로 낮아지자 70% 정도이던 마진율을 포기하고 값 내리기에 나섰다.

지난해 시장점유율 8.4%를 기록하며 뒤쫓아 오는 AMD 등 후발업체의 맹공격 때문이다.

인텔의 척 멀로이 대변인은 "반도체산업은 기술진화 속도가 빨라 영원한 강자를 용인하지 않는다" 며 "새 분야의 새 기술을 계속 개발해내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고 말했다.

차세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R&D)경쟁은 거의 전쟁에 가깝다. 미국.일본.대만 등은 이를 국가 전략사업으로 지정하고 산.학.연 공동연구조직을 만드는 등 적극 지원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87년부터 10여개 업체와 연구 기관이 참여, 반도체 기술.장비 연구를 하는 세마텍(SEMATECH)이 가동됐다.

이 조직은 98년 외국 회사도 포함되면서 차세대 반도체 기술개발에 주력하는 아이-세마텍(I-SEMATECH)으로 확대 개편됐다.

디지털 기기용 칩을 개발하는 피츠버그 디지털 그린하우스, 고속통신용 칩을 연구하는 야마크로 등 반도체 신기술을 세부 분야별로 전담하는 연구조직은 미국 전역에 무수히 깔려 있다.

일본은 '아스카(ASUKA)' 프로젝트가 희망이다. 11개 반도체 회사와 대학연구소를 총동원해 올해부터 5년간 회로선폭을 줄이는 초미세 가공기술을 세계 표준화하는 연구에 2천억엔을 쏟아붓는다.

대만도 6개 기업이 참여, 반도체 기반기술을 연구하는 '아스트로(ASTRO)' 프로젝트를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연간 1백60억원의 연구비 가운데 절반을 정부가 댄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연구개발을 위해 국제적인 전략적 제휴 사례도 많다. 인텔과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인피니온.마이크론.NEC 등 메모리 5개사는 지난해 1월 차세대 D램의 표준 개발에 협력키로 합의했다.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와 일본 소니는 7억달러가 드는 디지털 기기 관련 비메모리 개발에 나섰다.

이 대열에서 한국 업체는 한걸음 처져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차세대 D램 표준 개발사업 제휴(인텔 등)와 동부전자.도시바간의 기술개발.생산협력 제휴를 제외하곤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산업자원부 김경수 반도체전기과장은 "올들어 업계.학계.연구소 등이 공동참여해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는 전략팀을 구성했고, 시스템 집적회로(IC)나 화합물 반도체 등 주요 기술개발을 업계 공동으로 추진 중" 이라며 "그러나 업체들 사이에서 공동연구를 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지 않은 게 큰 문제" 라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 sunny@joongang.co.kr>

도움=삼성경제연구소 장성원 수석연구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