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 8승 '올스타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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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투수가 되려면 마음속에서 자신의 실투를 지워낼 수 있어야 한다. 동료들의 실책도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투수로 꼽히는 월터 존슨의 이 명언은 이미 빅리그 최정상급의 투수로 성장한 박찬호(28 · LA 다저스)와 아직 유망주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라몬 오티스(애너하임 에인절스)의 차이를 단적으로 느끼게 해준 한마디였다.

16일(한국시간) 애너하임 에디슨인터내셔널필드에서 벌어진 인터리그경기에서 박찬호는 7과 1/3이닝을 2실점(5안타 · 3볼넷)으로 막아내며 시즌 8승(4패)에 성공했다. 다저스의 6-2 승리.

9개의 삼진을 추가한 박선수는 6년연속 100탈삼진의 금자탑을 세웠으며, 랜디 존슨 · 커트 실링(이상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 캐리 우드(시카고 컵스)에 이어 올 시즌 네번째로 100탈삼진을 돌파한 내셔널리그 투수가 됐다. 내셔널리그에서 다승 공동 3위, 방어율 6위(2.73)에 랭크되면서, 다음달 11일 시애틀 세이프코필드에서 있을 올스타전의 출장도 유력해졌다.

이날 경기는 지난 10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오티스와의 '리턴 매치'. 오티스는 5와 1/3이닝동안 4실점(3자책)을 하고 내려갔다.

다저스의 초반 3점은 모두 상대실책에서 비롯됐다. 다저스는 2회초 무사 1, 3루에서 애드리안 벨트레의 땅볼 때 에인절스의 2루수 애덤 케네디가 1루 악송구를 범하며 선취점을 뽑았다. 1-1 동점이었던 3회초에서도 3루수 실책으로 진루한 톰 굿윈이 데이브 핸슨의 희생플라이로 홈을 밟았다. 굿윈이 2번 이상 진루하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굿윈의 법칙'은 이날도 맞아 떨어졌다.

5회말 에인절스의 포수 조지 파브레가스는 2루 악송구로 오티스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오티스는 이후 개리 셰필드에게 좌전안타를 맞으며 여지없이 점수를 허용했다. 결국 동료들의 실책 후에 드는 '야속함'을 이겨내지 못한 것.

다저스는 6회초 애드리언 벨트레가 중월홈런을 뽑아내며 4-1로 달아났고, 7회초에는 셰필드가 다시 2점 홈런을 날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박찬호도 눈부신 호투를 했다. 비록 2회말 스캇 스피지오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이는 박선수의 실투보다는 스피지오가 잘 친 것이었다. 스피지오는 낮은 직구를 받아 쳤다.

최대 위기는 3회말. 박찬호는 2루수 이람 보카치카의 실책 후 케네디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무사 1, 2루의 위기를 맞았다. 게다가 후속타자들은 에인절스의 자랑거리인 '익사이팅 클린업'. 그러나 박선수는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최다안타 대린 얼스태드를 삼진, 홈런왕 트로이 글로스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점수를 허용하지 않았다.

지난번 경기에서 볼넷 3개를 허용하며 도망가는 모습을 보였던 글로스와의 대결도 승리로 이끌었다. 3타수 무안타 볼넷 1개, 삼진 2개.

박찬호는 5회까지 53개의 투구수를 보이며 시즌 첫번째 완투를 노렸지만, 6회말에만 24개의 공을 던져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1사 1, 2루에서 어이없는 보크로 2, 3루를 허용했지만, 유격수 땅볼과 삼진으로 대량실점의 위기를 1점으로 막아냈다.

박선수는 8회말 1사 1, 2루에서 마운드를 마이크 페터스에게 넘겼고, 페터스는 9회까지 책임지며 시즌 첫번째 세이브를 챙겼다. 다저스는 이날 패한 지구 1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승차를 3경기로 줄였다. 박찬호는 21일 오전 11시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경기에 등판한다.

Joins 김형준 기자<generlst@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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