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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할 때마다 무용론 무성 … ‘내곡동 특검’ 운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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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사저를 지으려고 추진했던 서울 서초구 내곡동 부지. [김도훈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에 대한 특검이 시작된다.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이후 11번째 특검이다. 이 대통령은 21일 임시국무회의에서 내곡동 특검법 공포안을 의결했다. 이번 특검은 시작부터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민주당이 특검 추천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여·야의 정략적 합의”라고 비판했다고 최금락 홍보수석이 전했다. “지난 정권에선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것도 안 된다고 해서 대한변호사협회로 바뀐 예가 있는데 특정 정당이 추천하도록 합의한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최 수석은 “특검 추천권을 특정 정당이 행사하도록 해서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피고발인이 공정하게 수사받을 권리와 평등권을 침해할 우려가 커 고심을 거듭했다”고 전했다.

 최진녕 대한변협 대변인도 “대법원장이나 대한변협 회장이 특검을 추천하던 전례와 달리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에서 추천권을 갖기 때문에 수사 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시비가 예전보다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전력을 쏟아야 하는데 본인 문제로 논쟁이 되는 게 부담”이라며 “전재산을 내놓았는데 1억∼2억원 이득 보자는 의도를 가졌겠느냐. 당당함과 떳떳함을 보여주기 위해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수용하는 게 옳지 않겠느냐”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특검법에 따르면 민주당은 10년 이상 판사·검사·변호사 직에 있던 변호사 중 2명의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 대통령은 이후 3일 안에 이 중 한 명을 임명한다. 수사기간은 특검 임명 후 10일간의 준비기간을 두고 준비기간 만료일 다음 날부터 30일 이내다. 한 번에 한해 15일 연장할 수 있다. 특검 후보로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김형태(56·사법연수원 13기) 변호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볼 핵심은 2011년 5월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34)씨와 청와대 경호처가 사저 터를 54억원에 공동 구입하면서 시형씨가 실제보다 싼값에 부지를 매입한 대신 청와대가 추가 부담을 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시형씨는 11억2000만원을, 청와대 경호처가 43억여원을 부담했는데 지분상 시형씨가 17억원을 부담했어야 한다는 게 문제됐다. 또 매입한 땅이 시형씨 명의로 돼 있어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법을 어긴 점도 지적됐다.

 검찰은 지난 6월 10일 이 사건을 처리하면서 이 대통령 등 관련자들에 대해 모두 ‘혐의 없음’ ‘공소권 없음’ 처분을 했다. 시형씨 주변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계좌추적은 물론 서면조사만으로 수사를 끝낸 탓에 부실수사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당시 수사를 진행했던 한 검사는 “철저하게 관련 법 규정을 적용해 결정한 것”이라며 “특검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모르지만 검찰 수사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번 특검은 결과에 따라 ‘특검 무용론’이 다시 나올 수 있다는 부담도 안고 있다. 역대 특검에서 이용호 게이트 특검, 대북송금 특검 정도를 제외하곤 별다른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1일 끝난 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DDoS) 특검도 100여 명의 인원에 20억여원의 예산을 썼지만 검찰 수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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