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너만 믿으마… 숱한 악재에도 이달 4200억 순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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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기관투자가들이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기관은 이달 들어서만 4200억원이 넘는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 덕에 북핵 위기.위안화 절상 임박 등 끊이지 않는 악재에도 주가가 잘 버텨주고 있다.

◆ 기관들 분전=5월 들어 종합주가지수가 900대 초반에 갇힌 채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자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 매수에 주저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특히 개인들은 이달 들어 단 하루(3일)만 빼고 연거푸 주식을 팔아치우며 시장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8일까지 개인들이 내놓은 순매도 물량만도 지난 1월 이후 가장 많은 6320억원에 달한다.

외국인 역시 대만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 확대에 따른 비중 조절에 발목 잡힌 채 하루 이틀 건너 매수.매도를 번갈아 가는 '갈짓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기관투자가들만 쉬지 않고 주식을 순매수하며 매수 공백을 메워주고 있다.

기관의 매수세를 이끄는 쪽은 바로 투신권이다. 이달 들어 18일까지 투신권에서 순매수한 주식 물량은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수 총액의 다섯배를 웃도는 3779억원에 달한다. 이어 보험(966억원).연기금(611억원).종금(6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달만 해도 기관투자가들은 주식 매도에 치중해 3000억원 가량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지수가 1000선에 육박할 무렵 차익 실현을 위해 주식을 내다 팔았던 국내 기관들이 최근 지수가 900선 초반대를 유지하자 더 이상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낙폭 과대 우량주를 중심으로 저점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기관 매수세는 정보기술(IT) 및 내수 종목,또는 그간 낙폭이 컸던 우량 종목 쪽으로 집중되고 있다. 18일까지 순매수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하이닉스가 123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현대중공업(442억).LG전자(430억).신세계(366억).현대차(364억).한국전력(267억).LG카드(263억).삼성전자 우선주(227억원) 등이다.

◆ 적립식펀드의 힘=증시 전문가들은 기관들이 꾸준히 매수에 나서는 것은 '적립식 펀드의 힘'이라고 진단한다. 최근 증시가 약세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적립식 펀드에는 월 2000억~3000억원의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다만 기관이 '나홀로 매수'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대투증권의 정윤식 주식투자전략팀장은 "적립식 펀드 등으로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어 매수 여력은 있지만 북핵.위안화 절상 등 악재가 여전히 진행형이어서 950선을 넘어선 이후까지 매수세가 지속할지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서정광 투자전략팀장도 "기관이 주식 순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연기금의 인덱스펀드 관련 비차익 매수 등 프로그램 매수 물량이 1000억원을 넘는다"며 "다음달 9일 트리플위칭데이를 앞두고 신중한 행보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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