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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이틀간 회담 교착] "결렬 땐 후폭풍" … 19일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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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18일 아침 남북 차관급 회담을 마치고 남측 대표가 떠나는 것을 김만길 북측 단장이 쳐다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개성에서 열리고 있는 남북 당국 간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정부가 19일 속개될 회담에 승부를 걸었다. 앞서 이틀간의 회담에서 남북한이 일정을 하루 넘기면서까지 밤샘 협상을 했지만 뾰족한 돌파구를 찾지 못해 사정이 다급해진 때문이다.

◆ 결렬 때는 후유증 부담=18일 북측과의 협의를 중단하고 일단 서울로 철수한 이봉조 통일부 차관을 비롯한 회담 대표단의 표정은 어두웠다. 대표단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회담사무국 회의실에 모였다. 회담 대표와 전략수행원은 물론 통일부 내 회담 관련 핵심 간부가 참석했다. 특히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과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최준택 국가정보원 3차장(대북 담당)도 합류했다. 과거 장관급 회담 때도 보기 드문 고위 멤버가 참여했다. 한 참석자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시간30분간 주재한 회의는 회담을 중간평가하고 후속 회담의 전략을 점검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이처럼 분위기가 긴박한 이유는 회담이 깨질 경우 닥칠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란 판단에서다. 10개월 만의 남북 당국 간 대화가 결렬되면 미국의 부시 행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게 분명하다. 정부도 더 이상 북한을 감싸 줄 명분이 없어진다. 벌써부터 일부 외신은 "합의보다는 결렬이 우리에겐 큰 뉴스"라며 회담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이날 브리핑에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남북 공조와 화해는 이뤄지기 힘들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북핵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북한에 쓴소리도 해야겠다는 판단이 선 듯하다.

모처럼 마련한 회담 테이블이 당국 대화의 정상화란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깨질 경우 남북관계 자체도 또다시 늪에 빠지게 된다.

◆ 원점 맴도는 남북 협의='북핵'이란 암초에 걸린 회담은 좀체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미 지난 2월 핵무기 보유 선언을 한 북한으로서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재확인하는 대목을 이번 회담 공동보도문에 넣자는 남측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다. 더구나 북한은 당초 마지노선으로 정했던 20만t의 비료 지원을 회담 초반에 확보한 상황이다. 일단 급한 불을 껐기 때문에 추가 지원 물량 확보에 지나치게 매달리지는 않겠다는 입장일 수도 있다.

당국 대화 재개와 관련해 정부는 공동보도문에 장관급 회담의 날짜를 박자는 입장이다. 그동안 북측의 합의 위반 전례로 볼 때 '6월 중 개최'수준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상황이 좋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회담 관계자는 "큰 틀에서 의견 접근이 이뤄진 부분도 있기 때문에 19일 회담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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