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는 지금 '자유무역협정'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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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모든 나라가 합의하기를 기다리기엔 너무 지루하다. 우리끼리라도 자유롭게 거래하자. "

두 나라 이상이 의기투합해 무역장벽을 대폭 낮추거나 아예 없애버리는 자유무역협정(FTA)바람이 거세다.

최근엔 세계 1, 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일본도 양국간 FTA 추진을 위한 논의를 가을께 시작할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세계무역기구 WTO(http://www.wto.org)의 올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FTA를 포함해 1백14건의 각종 지역무역협정이 체결.발효 중이며, WTO 회원국 중 한국.일본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가 하나 이상의 FTA에 가입한 상태다.

올 들어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을 지지해 온 공화당 정부가 들어선 미국이 FT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일본도 몇건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겨우 걸음마 단계다.

미주 대륙 전체를 아우르는 미주자유무역협정(FTAA)체결을 위한 일정이 이미 나왔고, 유럽연합(EU)은 FTA보다 훨씬 발전한 단계인 경제통합작업을 진행 중이다. WTO의 뉴라운드가 별 진전이 없는 가운데 국가.지역별로 거미줄같은 겹겹의 'FTA 네트워킹' 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 미주 대륙을 하나로=부시 미 행정부가 출범 이후 최우선 과제로 추진 중인 통상과제가 FTAA다.

지난 4월 캐나다 퀘벡에서는 3차 미주 정상회담이 열렸다. 쿠바를 제외한 미주 대륙 34개국 정상이 참가한 이 회의에서는 2005년 12월 FTAA를 출범시키기로 합의가 이뤄졌다.

순조롭게 진행되면 4년 뒤엔 인구 8억명에 총생산 11조달러(1999년 기준)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경제블록이 탄생하게 된다.

FTAA를 통해 미국은 중남미 시장을 둘러싼 EU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한다는 전략이다. 중남미 국가들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이점이 생긴다. 이른바 미주 대륙의 '윈-윈' 구상이다.

미주는 2005년 1월까지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지만 나라간 경제 규모나 상황.이해관계가 많이 달라 협상 타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현재 미주 대륙에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비롯해 남미공동시장(MERCOSUR).중미공동시장(CACM).안데스공동체(CAN).카리브공동체(CARICOM)등의 지역무역협정이 발효 중이다.

◇ 경제통합작업이 진행 중인 유럽=우선 15개 유럽연합 회원국을 단일화폐인 유로화로 합치는 중이다. 현재 영국.스웨덴.덴마크를 제외한 12개국이 유럽통화동맹(EMU)에 가입한 상태다.

영국은 국내의 부정적인 여론 때문에 유로화 출범에 동참하지 않고 있지만 머지 않은 장래에 가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7일 실시된 영국 총선에서 유로 가입에 호의적인 노동당이 압승을 거둔 것이 그런 전망을 낳고 있다.

EU는 또 동유럽과 지중해 국가로 통합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15개 회원국 정상은 2004년 이후 새 회원국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EU 기구를 개편키로 합의한 상태다.

헝가리.체코.폴란드.슬로베니아.에스토니아.키프로스 등 6개국은 EU의 우선가입협상국이며, 라트비아.루마니아.리투아니아.불가리아.슬로바키아.몰타 등 6개국은 가입협상국이다. EU는 우선가입협상국들과 이르면 내년 말까지 통합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 아시아가 가장 뒤져=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역무역협정 체결이 부진한 편이지만 최근 들어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소속 10개국은 동남아자유무역지대(AFTA)를 추진 중이다.

이들은 2002년까지 관세를 5%이하로 낮추고 2005년까지는 완전 폐지키로 합의했다.

일본은 내년 4월 출범을 목표로 싱가포르와 FTA 협상을 진행 중인데 거의 마무리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달 초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멕시코와도 FTA 검토모임을 설치하고 공식 교섭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은 이밖에 칠레.호주.뉴질랜드.캐나다와도 FTA 체결을 검토 중이다.

아시아와 미주의 태평양 연안 21개국이 모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는 원칙적으로 선진국은 2010년까지, 개발도상국은 2020년까지 역내 무역 및 투자를 자유화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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