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옛날 그 대구가 아니네…아파트 청약·계약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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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한때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건설사의 무덤으로 불렸던 곳이 있다. 시장이 괜찮아 보여 들어갔다가는 여지 없이 미분양에 발목이 잡혀 심지어 유동성 위기까지 맞는 업체도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른 지역과 달리 이 지역의 분양시장 침체는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산더미 미분양이 줄지 않아 아파트 사업을 준비하던 건설사·시행사는 땅을 파는 등 사업을 정리하기 바빴다. 부산을 시작으로 지방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던 2009년 이후에도 이 지역의 시장 침체는 계속됐다. 이곳은 바로 대구다.

그런데 근래 대구 부동산 시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특히 분양시장의 선전이 눈에 띈다. 지난달 말 현대산업개발이 달서구 월배지구에서 분양한 월배 아이파크는 순위 내 경쟁률이 평균 6.41에 달했다.

비슷한 시기 같은 곳에서 대림산업이 분양한 e편한세상 월배 아파트도 2.7 1의 경쟁률로 청약 마감했다. 앞선 지난달 초 대우건설이 북구 복현동에서 내놓은 대구 복현 푸르지오 아파트도 순위 내 경쟁률이 평균 3.3 1, 최고 경쟁률이 21 1이나 됐다.

분양시장 호조세 이어져

청약자만 몰린 게 아니다. 청약 당첨자를 대상으로 한 초기 계약률도 높다. 건설업체들에 따르면 15일 초기 계약을 마친 대구테크노폴리스 서한 이다음 아파트는 637가구 중 515가구가 계약했다.

13일 분양 계약을 체결한 e편한세상 월배 아파트도 932가구 중 750가구가 계약을 마쳤다. 초기 계약률이 80% 이상 나온 것이다. 서울·수도권 알짜 단지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수치다. 실제로 최근 계약한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는 초기 계약률이 50~80% 선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건설업체들이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가격을 많이 내린 점 등이 주요하게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복현 푸르지오 분양가가 3.3㎡당 평균 688~750만원 선으로 인근 시세보다 3.3㎡당 50~100만원 정도 싸다.

월배 아이파크는 전용면적 84㎡형 분양가가 23350~24290만원으로, 주변의 기존 아파트 같은 주택형보다 저렴한 게 특징이다. 그러나 단순히 분양가를 내렸다고 잘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앞서 분양된 아파트도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싸게 책정했지만 고전했다. 대구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에 따르면 대구 아파트값은 2010 1분기 ㎡당 141만원에서 올 1분기 164만원으로 16.3% 올랐다.

전세가율 73.33%에 달해

전셋값은 같은 기간 ㎡당 93만원에서 118만원으로 26.9%나 상승했다. 미분양은 줄고 주택 거래는 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대구 미분양 아파트는 5289가구로 전달에 비해 275가구, 지난해 말(8672가구)보다는 3383가구나 줄었다.

8월 주택 3617건이 거래돼 지난해 같은 달보다 30% 이상 늘었다. 대구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공급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건설사의 무덤으로 불리면서 최근 몇 년간 신규 공급이 중단됐던 것이다.

실제로 2005년과 2006년에는 각각 24000가구와 18000가구가 공급됐지만 2007년에는 11000여 가구, 2008년에는 4400여 가구가 공급되는 데 그쳤다. 2009년과 2010년에도 각각 3000가구와 6000가구 정도가 공급됐을 뿐이다.

신규 공급이 줄면서 전셋값도 치솟았다. 그 결과 대구의 전세가율(전셋값 대비 매매가 비율) 2010 8 64.34%에서 올 8월 말에는 73.33%로 급등했다. 분양대행업체인 내외주건 정연식 상무는 “주택 공급이 줄면서 새 아파트로의 갈아타기 수요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혁신도시 개발 등의 호재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갈아타기나 내 집 마련 수요에 비해 여전히 공급이 부족해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나비에셋 곽창석 사장은 “혁신도시 등 국지적 개발 호재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분양 시장도 활기를 띌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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