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댜오위다오 개입 말라 … 시진핑, 미국에 견제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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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을 방문한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왼쪽)이 19일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오른쪽)과 회담하기 위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들어서고 있다. 2주 간의 잠적 후 시 부주석이 외빈을 공개적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이징 AP=연합뉴스]

차기 중국 최고지도자로 내정된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이 일본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매입에 대해 ‘웃기는 짓(可笑)’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향후 영토분쟁에 있어 “양보는 없다”는 강력한 대일 경고로 해석된다. 특히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외교적 실례에 가까운 용어를 선택한 것은 이번 사태에 개입하지 말라고 미국에도 간접적으로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지난 9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도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를 만나 센카쿠 국유화 조치와 관련, “일본 측은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해 잘못된 결정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경고했었다. 중국 최고지도부가 잇따라 대일 강경발언을 하면서 앞으로 중국의 대응강도가 더 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주일 넘게 계속되던 중국의 반일시위가 19일 중단된 것도 일본의 향후 조치를 보며 더 큰 강경책을 내놓기 위한 숨 고르기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반일시위를 정부가 조종하고 있다는 정황도 있다. 베이징 공안국은 만주사변(1931년) 발생 기념일인 18일 시민들에게 “질서를 지키며 이성적으로 애국심을 발휘해 달라”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이날 전국 100여 개 도시에서 사상 최대 반일시위가 있었다. 그러나 19일에는 “이성적으로 애국심을 발휘했으니 시위를 자제해달라”는 메시지를 발송했고 시위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해상 충돌이다. 중·일 갈등의 진앙인 센카쿠 열도 해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중국 해양국과 농업부는 19일 “14척의 해양순시선과 어업지도선이 댜오위다오 부근에서 어선들의 조업을 지원하고 일본 어선의 침범을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저장(浙江)성 어선안전정보센터는 이날 오전 “댜오위댜오 부근에서 어선 25척이 조업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도 해상보안청이 18일 센카쿠 해역에 대한 경계 강화를 위해 약 50척의 순시선을 배치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9일 보도했다. 해상보안청은 중국 어선이 자국 영해 내에서 조업하는 경우 과거와 마찬가지로 외국 선박의 영해 내 조업을 금지한 ‘외국인어업규제법’에 의거해 경고한 뒤 퇴거조치한다는 방침이다.

 대만도 가세했다. 대만은 18일 공군 정찰기 2대를 센카쿠 근해에 보내 감시 활동을 폈다고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이 19일 보도했다. 대만 공군은 이날 동해안 펑후(澎湖) 섬 일대에서 미사일 실탄 발사훈련도 실시했다. 일부 미사일에 ‘댜오위다오는 대만의 것’이라는 문구가 적힌 장면이 언론에 포착됐다.

 중국 해커들도 움직였다. 가와바타 다쓰오(川端達夫) 일본 총무장관은 19일 일 총무성 통계국의 홈페이지가 중국발 접속 시도의 폭주로 15일부터 이날 새벽까지 간헐적으로 접속하기 어려웠다고 발표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우쓰다 쇼에이(槍田松瑩) 일본무역협회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현재 일본의 수출품 통관을 지연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선단양(瀋丹陽)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이 센카쿠 문제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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