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경주] 슈마허 형제 석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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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는 용감했다' .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빅 스포츠로 불리는 자동차 경주 포뮬러 원(F1)의 51년 역사상 처음으로 형제 챔피언이 탄생했다. 독일의 영웅 미하엘 슈마허(32.페라리)와 그의 동생 랄프 슈마허(26.윌리엄스-BMW).

지난 10일 몬트리올에서 벌어진 캐나다 그랑프리에서 부동의 세계랭킹 1위인 형 미하엘을 제치고 동생 랄프가 우승했다. 랄프는 지난 4월 이몰라 대회에서도 승리, 올해에만 두차례 우승하며 세계 4위에 올랐다.

2위로 골인한 미하엘은 "부모님이 우리 형제를 자랑스러워 할 것이다. 기왕 질 바에는 기꺼이 동생에게 지겠다" 며 익살을 부렸다. 미하엘의 라이벌이자 절친한 친구로 3위를 차지한 핀란드의 미카 헤키넨은 "슈마허 형제가 세명이 아니길 천만다행" 이라고 엄살을 떨었다.

올해 17개의 경주 중 8개가 끝난 가운데 미하엘이 58점으로 1위, 영국의 데이비드 쿨타드가 40점으로 2위, 브라질의 루벤스 바리켈로가 3위를 달리고 있다. 헤키넨은 독일의 닉 하이드펠트와 공동 5위다.

한국에선 F1이 아직 생소하지만 구미 선진국에서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올림픽과 월드컵이 없는 올해 관중 수는 단연 1위다. 1998년 영국의 스포츠 마케팅 서베이지는 같은 해 F1 연간 TV 시청자수가 4백10억명이었다고 발표했다. 형제가 우승을 다툰 지난 10일 경기의 중계를 시청한 독일인만 1천5백만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인기는 곧 돈으로 연결된다. 동생 랄프는 아직 큰 돈을 못 벌었지만 형 미하엘은 연간 수입이 1억5천만마르크(약 9백억원.2000년)다. 우승 상금과 광고료, 자신의 이름을 사용한 스포츠 용품 사업으로 벌어들인다.

미하엘은 돈도 잘 쓴다. 유니세프 등 어린이 구호단체 지원에 앞장서고 있고 96년 보스니아 어린이 지원금으로 1백만마르크를 선뜻 내놓았다.

동생 랄프의 주가도 급상승하고 있어 곧 돈방석에 앉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랄프의 얼굴이 형보다 잘 생겼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어서 형의 인기를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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