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극복 시급한데 파업 자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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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만의 가뭄'이라는 비상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민.관.군을 비롯한 전 국민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이 12일 연대파업을 강행하자 많은 시민들은 `명분없는 파업'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전문가들은 노동계의 연대파업으로 인해 침체국면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기가 다시 얼어붙으면서 수출과 물가, 외국인 투자 등에 악영향을 미치고 국가신인도 추락에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경실련 김용환 정책실장은 "가뭄에다 항공사 및 병원 파업 등으로 국민의 불편이 가중될 것인 만큼 노.사.정은 한발짝씩 물러나 성실 타협을 벌여 극한상황에까지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YMCA 신종원 시민사회부장은 "시기적으로 온 국민의 관심사가 가뭄피해에 쏠려있는 가운데 연대파업의 설득력은 떨어진다"며 "우리 모두에게 부담이 많은 시기이므로 장기파업으로까지 확대돼서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서강대 서준호 교수(경제학과)는 "파업이 현실화 돼서 유감스럽다"면서 "노동계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파업이라는 도구를 이용, 이루려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시기적으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현재 국가의 가장 큰 현안은 가뭄인만큼 시기를 봐가면서 파업을 하는 것이 옳지 않았나 싶다"면서 "노.사.정 모두 대화로 하루빨리 파업을 마무리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박진근 교수(경제학과)도 "이번 노동계의 연대파업은 우리 경제에 좋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며 "특히 특정 시기에 집중화.연례화돼있는 파업을 사전에막지 못한 정부의 잘못도 크다"고 말했다.

경총 최재황 공보실장은 "노동계는 국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원칙에 벗어난 파업을 자제해야 한다"면서 "기업들은 노사관계의 기본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파업에 대해 적극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원 조용수(36)씨는 "최악의 가뭄으로 농민의 시름이 더해가고 있고 시민가계에도 주름이 생기고 있는데 항공사 등 각 사업장에서 파업을 강행하려는 것은 작금의 어려운 시기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일 뿐"이라고 우려했다.

주부 신남희(32)씨는 "정치, 경제적으로 현 상황은 국가적으로 가장 어려운 때"라며 "노사가 서로의 이익만을 쫓아 대립하면서 결국 파업으로까지 치닫게 되는 것은 국가의 손실인 만큼 대화로 빨리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대학생 안은정(20.여)씨는 "파업은 노사가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할수 없을 때 선택하는 마지막 방법"이라며 "특히 항공사 노조의 파업은 여파가 큰 만큼 빠른 시일내에 대화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 손낙구 선전실장은 "노동계도 가뭄의 고통을 충분히 알고 있고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들을 찾고 있다"며 "그러나 노동계가 파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손 실장은 "사업주들이 최대한 교섭에 적극나선다면 노동계도 원만하고 조속한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면서 "정부의 경찰력투입과 대량 구속등은 사태를 오히려 악화시킬 뿐이다"이라고 주장했다.(서울=연합뉴스) 장영은.김성진.고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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