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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대우차 "해외매각 왜 막나"

중앙일보

입력

'익사대(溺死隊) 지도부' .

대우그룹이 1995년 운동권 출신 90명을 특채했을 때 대우차에 입사한 김대호(38) 대우차기술연구소 과장이 12일 대우차 노조게시판(http://dwno.or.kr)에 대우차 해외매각을 반대하는 노조.금속연맹 집행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며 사용한 표현이다.

金과장은 "시장경제 원리라는 '홍수' 속에서 노조 집행부는 무작정 물을 향해 돌격하라 한다" 며 "최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주총장에서 이들이 벌인 매각반대 활동으로 대우차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고 말했다.

金과장 같은 특채 입사자들은 대우차 워크아웃 이후 보너스 반납을 주도하고 인력 감축의 필요성을 확산시키는 등 대우차 회생에 큰몫을 하고 있다.

◇ 채용과 활동=95년 당시 김우중(金宇中)대우그룹 회장은 대부분 대학 졸업장이 없던 운동권 출신 90명을 경력사원으로 뽑아 70명을 대우차에, 나머지 20명을 대우자판과 ㈜대우 등에 배치했다.

金회장은 이들이 노사분규를 주도하는 등 회사 내에서도 '운동권'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들의 적극성이 당시 대우가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세계경영' 에 더 적합한 인물들이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그룹은 97년 운동권 출신만으로 '세계경영 기획팀' 을 운용했으며, 계열사 노사협력 부서에 이들을 배치해 노사협력 방안을 만들도록 하기도 했다.

이들 가운데 현재 대우차에는 12명, 대우자판에 4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가장 높은 직책은 차장이다.

대우차의 한 임원은 "운동권 출신들이 노사갈등의 근본원인을 찾아내 대규모 분규를 예방했고, 각 부서에서도 적극적인 의욕을 보여 조직 활성화에 기여했다" 고 평가했다.

◇ 대우차 정상화에 한몫=대우차에 남아 있던 운동권 출신들은 99년 8월 대우차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출범한 노조 성격의 직선제 사무노위(사무노동 직장발전위원회)에 대거 참여했다. 현재 5명이 사무국장 등 간부를 맡고 있고 2명이 대의원으로 나섰다.

이들은 99년 '대우차 정상화를 위한 국토종단' 을 한 데 이어 연말에는 회사의 장기 발전전략을 담은 '비전 21' 을 마련했다.

또 올초 인력 감축을 앞두고 사분오열의 분위기 속에서 사무직 퇴직자들에게 보너스의 30%를 위로금으로 걷어주는 방안을 주도했다.

운동권 출신 李모씨는 "대학생 때는 분배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기업에 몸담은 직후부터 기업 생존과 경쟁력의 중요성을 절감해 현 노조의 이기적인 행동을 비판하게 됐다" 고 말했다.

사무노위는 99년 10월 출범하면서 인원 감축 등 '고통분담' 과 조건부 해외매각 찬성 입장을 정리, 공적자금 투입을 전제로 한 무조건적 고용보장과 공기업화를 내건 현 노조집행부와 맞서왔다.

한 운동권 출신 직원은 "GM매각이 무산돼 독자생존을 하려면 뼈를 깎는 추가 구조조정이 당연하다" 며 "현 노조처럼 구호만으로는 현실을 헤쳐나갈 수 없다" 고 말했다.

이영렬 기자 young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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