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별 인사…외국계 기업의 여성간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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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점 까르푸의 인천 구월점 여성 경리부장 김백란씨는 올해 26세다. 30대 중반의 대졸 부하사원을 두고 고과 권한까지 가지고 있는 명실상부한 부장이다.

1993년 여상을 졸업하고 세무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다 96년 까르푸 경리부에 입사했다. 98년 초 대리에서 98년 말 과장대리를 거쳐 지난해 9월 부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세무사 사무실에 근무하던 시절 익힌 회계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외국 기업을 중심으로 성별.나이.학벌에 관계없이 능력에 따라 발탁하는 신인사제도가 일반화하면서 20대 중반의 여성 간부까지 등장하고 있다.

한국까르푸는 정규 직원 2천5백여명 중 부장급이 1백90명이다. 여성 부장은 32명. 전체의 17%를 차지한다. 20대 여성 부장만 10명에 이른다.

평범한 주부로 생활하다가 98년 말 입사, 2년여 만인 지난 1월 첫 여성점장이 된 박향옥 원천점장(49.이사), 입사 6년 만에 상품부장에 오른 김규옥(28)부장 등도 까르푸의 신인사제도가 낳은 스타다.

이주표 인사부장은 "개인의 능력에 따라 승진기회를 주기 때문에 3~6개월 만에도 승진할 수 있다" 며 "능력을 인정받는 여성 인력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고 말했다.

98년 삼성중공업 중장비 부문을 인수한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인사문화도 바뀌고 있다. 지난해 8월 재무담당 부사장에 제니스 리가 여성으론 처음 임원 자리에 올랐다.

이달 초에는 인사담당 부사장에 여성 전태옥씨가 임명돼 진체 임원 8명 중 2명을 여성이 맡게 됐다.

한국P&G는 부장 51명 중 10명이, 임원은 11명 중 2명이 여성이다. 마케팅 담당 김지영 부장은 29세다.

96년 5월 입사해 마케팅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3년3개월 만인 99년 8월 부장에 올랐다. 마케팅담당 상무 소니아 리(38)는 27세에 입사, 마케팅 능력과 국제감각을 인정받아 10년 만에 상무가 됐다.

제약회사 한국MSD의 사업본부장 모진(36)상무는 한국P&G에서 마케팅 이사를 맡아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인사조직실의 성상현 수석연구원은 "선진국에서는 기업의 경쟁력을 위해 능력 위주의 인사를 하고 있다" 며 "조직원이 이런 문화를 얼마나 잘 수용하느냐가 문제" 라고 말했다.

최준호.서익재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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