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경찰 왜들 이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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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 17일 오후 1시15분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개신오거리. 50대 남성이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 3대의 보닛을 우산으로 내리쳐 찌그러뜨리고 앞유리창을 깨뜨렸다. 항의하던 운전자도 폭행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2명에게도 우산을 휘둘렀다. 이 남성은 충북경찰청 항공대 소속 A(55) 경감이었다. 경찰은 A경감을 상해·재물손괴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경감은 지난 15일에도 청주지검 앞에서 “나를 음해한 직원들을 처벌해 달라”고 시위하다 출동한 경찰의 권유로 귀가하기도 했다. 다음 날인 16일 A경감은 충북경찰청에 전화를 걸어 “병원에서 진찰을 했는데 정신착란 초기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중순까지 경찰헬기 조종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경찰청은 A경감에 대해 의원면직 조치할 예정이다.

 정신착란 증세를 보인 경찰의 헬기 조종, 상습적인 음주운전, 금품수수, 공조수사 부실. 충북경찰의 현주소다. 내부에서는 “총체적 부실이다. 자고 일어나면 또 뭐가 터질지 모르겠다. 이러다가 큰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최근 성폭행·살인 등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경찰청이 전국적으로 특별방범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이와는 별도로 충북경찰청은 9월 한 달간을 복무기강 점검의 달로 정해 자체 사고예방에 나섰지만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충북경찰청의 한 경찰관은 13일 자정쯤 혈중 알코올 농도 0.144%의 만취상태로 차를 몰다 추돌사고를 냈다. 이 경찰관은 앞차 운전자와 사고처리 문제를 협의한 뒤 다시 운전대를 잡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음성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음주운전을 하다 추돌사고를 내고 도주했다. 하지만 해당 경찰서에선 도주 사실을 숨기는 등 사건을 은폐해 비난을 받았다. 지난 5월에는 사건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청주 흥덕경찰서 경찰관이 검찰에 구속됐고 한 달 뒤에는 폭행혐의로 임의 동행한 20대 남성이 경찰조사를 제대로 받지 않고 풀려난 뒤 신고한 가게를 찾아가 흉기를 휘두르기도 했다.

지난달 충북 제천에서는 교통사고 현장조사를 나갔던 경찰관이 사고차량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뒷좌석에서 5시간 만에 시신이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은 견인차량 업체에서 신고하기 전까지 사고차량에 시신이 있었는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이달 11일에는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의 지구대 5m 앞에서 20대 여성이 피살됐다. 이 여성의 이웃집에는 성범죄 전과자가 거주하고 있었지만 경찰은 시신 발견 후 4시간이 지나서야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 그런데도 담당 경찰관들은 “우리는 책임이 없다. 할 일을 다했다”는 식으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이런 이유로 충북경찰청은 전국 16개 지방경찰청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과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구은수 충북지방경찰청장은 18일 열린 전국 지휘관 화상회의에서 “더 이상 자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직원관리를 강화하겠다”며 “문제를 일으킨 경찰관은 엄정한 잣대로 징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충북경찰청 경찰관 주요 사고 일지

5월 22일 사건 청탁 금품수수 경찰관 구속

8월 19일 경찰관 음주사고 추돌사고 도주

8월 25일 교통사고 차량 부실 확인 시신 방치

9월 11일 청주 20대 여성 피살사건 부실 공조

9월 13일 지방청 경찰관 만취상태 운전 추돌

9월 17일 정신착란 간부 신호대기 차량 파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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