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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지자체가 앞장서 위장전입 시키다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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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국민권익위원회는 경남 하동군 등 4개 군에서 인구 수를 늘리기 위해 일부 공무원이 주도해 위장전입을 시키고, 전입세대 지원금까지 지급한 것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적발된 군은 지난 19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에 필요한 인구 하한선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농촌 공무원 주도의 위장전입은 이미 오래전부터 상당한 의심이 제기돼 왔던 문제다. 인구가 줄어드는 농촌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우 ‘인구 수 늘리기’는 지상과제 중 하나다. 인구 수에 비례해 지방교부세를 교부하고, 인구가 줄어들면 행정조직이 축소되고, 인구 10만4342명이 안 되면 선거구 획정이 안 되고 다른 선거구와 합구되는 등의 조치가 따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가 공무원들에게 인구 늘리기 목표를 할당하고 전입 목표 실적을 관리하는 바람에 공무원들이 친인척들을 수시로 위장전입시켜 할당을 채운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실제로 친인척을 위장전입시켰다가 기소돼 처벌을 받은 공무원들도 있다. 단지 그동안 개별 공무원의 범죄로 취급됐고,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했다는 증거를 잡지 못했을 뿐이다.

 위장전입은 징역 3년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범죄인데도 별다른 범죄의식 없이 행해지는 대표적인 범죄다. 일반인 중에는 자녀 학교 배정이나 부동산 투기용 또는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로 선정되기 위해 위장전입을 하기도 한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특정인 지지자들의 위장전입도 저질러진다.

 한데 주민등록제도는 국민의 재산권과 선거·복지제도 시행이나 국방·납세 의무 부과에 활용되는 행정 인프라이며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 중요한 제도다. 위장전입은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선거와 복지 등 각종 행정질서를 흔드는 행위다. 이런 점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눈이 가려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를 하는 것을 용납해선 안 된다. 농촌지역은 살기 좋은 환경과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통해 지역 경쟁력을 기름으로써 자연스럽게 인구가 증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