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 위탁경영 '짭짤한 변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3면

지난 23일 경기도 분당 수내역 롯데백화점 분당점 앞에 있는 퓨전 일식점 '아사코'.

평일 저녁 시간이지만 몰려드는 손님들로 매장 내 180석이 모두 찼다. 금요일이나 주말 저녁에는 손님들이 줄을 선다. 이 점포는 매달 2000만원 이상 이익을 내고 있다. 아사코는 지역 상권에선 요즘 '잘 나가는' 음식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달 1000만원 이상 적자를 봤던 곳이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아사코의 점포주인 이태균씨는 "전문업체에 음식점의 경영을 맡긴 덕분"이라고 말했다. 아사코는 지난해까지 '계곡가든 꽃게장'이라는 한식 전문점이었다.

IT업체를 경영하는 이씨는 2003년 지인 두 명과 함께 7억원을 모아 이 음식점을 차렸지만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루 손님이 40명도 오지 않고 적자는 쌓여만 갔다. 이씨 등 투자자 셋 모두 외식업 경험이 없었다.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말 외식 컨설팅 업체인 FCG 코리아에 위탁경영을 맡겼다.

FCG 코리아는 이 점포의 상권 분석부터 다시 했다. 업종이 상권과 궁합이 맞지 않으니 한식을 가미한 퓨전 일식으로 업종을 바꿔야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분당 수내역 상권은 인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20, 30대 젊은 회사원들과 로얄팰리스 등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에 사는 50, 60대 상류층이 섞여 있는 곳이다. 따라서 직장인을 상대로 한 점심 영업과 아파트 고객 대상의 휴일 영업을 모두 고려해야 했다.

복합 메뉴와 중저가 전략을 성공 포인트로 잡았다. 젊은층을 겨냥해 아이스 연어 샐러드, 골라먹는 꼬치 구이, 즉석 화로에서 구워먹는 조개살 구이 등 중저가 메뉴를 개발했고 맥주 3병을 마시면 배드민턴 세트를 주는 등의 이벤트를 매달 내걸었다. 또 중.장년층과 회식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1만3000~5만원대의 다양한 일식 코스 메뉴를 개발했고, 40~60명이 들어갈 수 있는 독립 공간을 마련했다. 그 결과 '꽃게장' 시절 평균 2400만원 하던 월 매출이 8000만원으로 뛰었다.

요즘 외식업계에서는 이처럼 전문 경영인에 의한 위탁 경영이 관심을 끌고 있다.

위탁경영은 경영과 자본을 완전히 분리, 전문 경영인이 투자자의 위탁을 받아 경영을 책임지고 이익이 나면 투자자와 전문 경영인이 나누는 방식이다.

위탁경영의 장점은 경영 노하우가 없는 사업주에게 입지 선정, 운영 전략, 메뉴 구성 등 음식점 운영 전반에서 정확한 진단과 과학적 경영으로 투자 위험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최근 외식업 위탁경영 시장이 커지면서 FCG 코리아(031-719-2381)와 K&S 경영컨설팅(02-7907-113) 등 외식업 창업 컨설팅 업체들이 중대형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속속 위탁 경영에 뛰어들고 있다. 소형 외식업체는 수익성 문제 등으로 위탁경영 대상에서 제외되는 게 일반적이다.

K&S 경영컨설팅 김학수 소장은 "위탁경영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특히 "매장 재단장 등 추가 투자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탁경영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위탁경영 업체들의 전문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력 조달과 마케팅 능력이 있는지도 체크 포인트다. 또 계약 조건도 잘 점검해야 한다. 김 소장은 시중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 보장을 계약 조건에 넣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철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