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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페드컵결산] ③ 월드컵 테스트 값진 경험

중앙일보

입력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은 1년 앞으로 다가온 한.일 월드컵축구대회의 준비상황을 미리 점검해볼 수 있는 천금같은 기회였다.

월드컵과는 달리 대한축구협회가 국제축구연맹(FIFA)의 손발이 돼 주도적으로 움직였지만 전반적으로 대회를 과오없이 마감해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웅장하고 화려한 경기장 등 월드컵 개최에 맞춰 구축한 선진 축구 인프라를 선보였고 개최도시들의 철저한 준비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지원은 국제축구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옥에 티'도 없지 않았고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과 축구문화 때문에 곳곳에서 허점이 노출돼 아쉬움도 컸다.

우선 컨페드컵이 FIFA 주관 행사인 탓에 정작 월드컵 개최준비의 주체인 월드컵조직위원회가 `서포터(Supporter)' 내지 `옵서버(Observer)' 역할에 그쳐 `월드컵리허설'을 제대로 한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조직위에는 FIFA 관계자 및 선수단 안내같은 의전과 상황실 운영 등 기초 업무만 맡겨지고 FIFA 및 협회에 대한 지원 역시 사실상 `견학' 수준에 그쳐 FIFA-조직위-협회-개최도시로 이뤄진 월드컵 운영시스템이 원활하게 가동될 리 만무했다.

미디어, 교통, 경기장 등 운영 면에서도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울산, 대구, 수원 등 3곳의 개최도시들은 컨페드컵을 맞아 자동차 부제를 실시했으나 자율에 맡김으로써 실효를 보지 못했다.

이 때문에 개막전 때 동대구역에서 경기장까지 택시로 1시간 넘게 소요되는 등 시민의식 부족으로 교통체증이 오히려 평소보다 농도를 더했다.

시와 운수회사들간 협조 체제도 매끄럽지 못해 경기 후 심야에 일을 끝낸 외국취재진들이 콜택시를 찾았지만 오지에 위치한 경기장까지 찾아오는 택시를 찾아보기 힘들어 발을 동동 구르는 진풍경이 빚어지기도 했다.

`월드컵 한국'을 전세계에 알릴 미디어 부문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가득했다.

선수단과의 유일한 대화창구 공동취재구역 `믹스트 존(Mixed zone)'이 축구지식이 부족한 통역요원들의 경험 미숙과 음향시설 미비로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고 정보통신 서비스 역시 인터넷 접속이 느리고 자주 끊기는 데다 내용마저 없어 `부실' 판정을 받았다.

성숙하지 못한 축구문화도 경기장 안팎 등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경기장 보안의 경우 자원봉사자들의 몫이지만 위압적인 복장의 경찰병력과 사설경비업체 직원들이 대거 배치돼 분위기를 흐렸고 진행요원들이 경기에 몰입해 흥분하거나 식사와 잡담을 하는 등 본분을 망각한 행동을 해 FIFA 관계자들의 불만을 샀다.

이처럼 일사분란은 커녕 중심조차 없는 지휘체계 때문에 개막전 당시 20장의 표가 중복 판매되고 일부 개최도시가 FIFA의 승인이 나지 않은 광고판을 장내에 설치하려다 철거당하는 등 해프닝이 일어나곤 했다.

키스 쿠퍼 FIFA 공보국장은 "월드컵 테스트로 치러진 컨페드컵을 통해 경험이란큰 소득을 얻었다"며 "이번 대회에 드러난 문제점을 고치고 잘된 것들을 보다 더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월드컵 준비에 최선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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