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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 집값 15% 더 빠진다"

조인스랜드

입력

[한애란 기자]

"서울 아파트 값, 앞으로 15% 더 떨어진다." 송흥익 대우증권 연구원이 최근 '서울 아파트 적정가격은 얼마일까'란 보고서에서 편 주장이다.

현재 3.3㎡ 당 1697만원인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2006년 중반 수준인 1442만원까지 떨어질 걸로 전망했다. 집 값 바닥론'을 부정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집 값 폭락론'이다.

폭락론을 편 배경을 묻자 그는 "한국이 경제성장률 5%를 달성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30~54세 인구 수가 올해를 정점으로 꺾이는 상황에서 5% 성장률이 받쳐주지 않으면 부동산 값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많은 투자은행(IB)은 올해 2%대, 내년엔 3%대 경제성장률을 점치고 있다.

1인당 국내총생산이 한국의 2배인 일본 도쿄의 아파트 값(3.3㎡ 당 약 1795만원)이 서울과 비슷할 정도로 집 값이 고평가됐다는 점도 지적된다. 그동안은 높은 경제성장률 덕분에 높은 집 값이 받아들여졌지만, 이젠 상황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는 "서울 집 값은 지난 60년간 오일쇼크, 외환위기, 금융위기 빼고 다 올랐고, 이 때문에 아직도 '버티면 먹겠지'라고 여긴다"며 "하지만 이제 패러다임이 달라졌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폭락까진 아니더라도, 아직 바닥이라고 할만한 기미를 찾을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이미 집 값이 많이 떨어져서 더 떨어지진 않을 거란 '바닥론'은 일부 지역 상황을 전체로 확대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장률 5% 돼야 상승 기대…아직 못 미쳐

부동산써브 분석에 따르면 2006년 1월 3.3㎡ 당 882만원이던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008년 9월(1260만원)까지 43% 올랐다. 이후 떨어지긴 했지만 7월 현재 1173만원으로 하락폭은 평균 7%에 그쳤다.

함 실장은 "일부 대형·재건축 아파트가 낙폭을 주도했지만 실수요자가 주로 찾는 중소형은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며 "'바닥론'에서 주장하는 것과 달리 저가 매수세가 들어올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새 정부가 무슨 수를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도 섣부르다는 지적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이미 나올 건 다 나왔는데 어떤 새 정부가 들어서든 새로 내놓을 대책이 뭐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취득세·양도세 감면과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정부로선 이미 풀 건 다 풀었단 뜻이다.

집 값 바닥론은 2010년 말, 2011년 10~11월, 올 4월 총선 직전에도 나왔다가 사그라들었다. 전문가는 집 값 바닥론이 근거나 논리보다는 부동산 투자자의 심리에 기인한다고도 본다.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 받아들이고, 나머지 사실은 무시하는 '확증편향' 때문에 바닥론이 자꾸 고개를 든다는 설명이다.

박원갑 팀장은 "누군가가 '지금이 바닥'이라고 얘기해주길 원하는 투자자가 많다 보니 바닥론이 계속 나온다"며 "그만큼 지금 시장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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