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부처 신설, 대선공약에 반영해야” 지경부 “개편하면 조직 혼란 불 보듯 뻔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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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호 01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새누리당의 남경필·권은희 의원이 ‘창의국가 건설을 위한 차기 정부 정보통신기술(ICT) 거버넌스 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자로 나선 임주환 고려대 객원교수는 “현재 4개 부처로 쪼개진 ICT의 정책 기능을 일원화하는 ‘정보미디어부’ 신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도 “현 정부 초기에 정보기술(IT) 산업을 키워 봐야 일자리만 줄어든다는 판단을 내렸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이 행사에는 이병석 국회부의장, 이한구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힘을 실어 줬다. 남 의원은 “오늘 나온 의견들을 정리해 대선 공약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5일에는 해양수산 관련 시민단체들이 참여한 ‘해양수산부 부활 국민운동본부’의 박인호 공동대표가 본부 간부 10여 명과 국회를 찾았다. 이들은 주승용(민주통합당) 국토해양위원장,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인 정우택(새누리당) 의원, 국토해양부 2차관을 지낸 이재균(새누리당) 의원 등을 잇따라 만났다. 박 대표는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해양수산부 폐지는 잘못됐다. 해수부를 부활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주 위원장은 “바다의 중요성을 잘 안다. 잘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차기 정부 조직개편 놓고 물밑 열전

12월 대선을 앞두고 국회나 여야 정당에 이익단체나 공무원들의 발길이 잦다. 차기 정부 출범과 함께 정부조직 개편이 예상되면서 대선 공약에 자신들이 원하는 개편안을 담고 싶어서다. 익명을 원한 한 부처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조직을 키워 주겠다고 약속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있다간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 정치권을 돌아다니며 조직 확대의 논리를 설명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도 정부조직 개편의 필요성을 수시로 강조한다. 주요 대선 주자들까지 가세했다. 민주당 문재인 예비후보는 “해수부 부활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 과학기술 전담부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당시 정보통신부·해양수산부 등을 해체하거나 통합해 만든 15부 2처 정부 시스템이 그동안 끊임없이 비판받은 탓도 있다.

이러다 보니 부처 개편설의 도마에 오른 해당 부처들은 비공식 태스크포스(TF)팀까지 가동하고 있다. 산하 연구기관·단체를 통해 의원실에 관련 보고서를 보내기도 한다. 더 큰 조직을 원하는 방송통신위원회·중소기업청, 분리가 언급되는 기획재정부·교육과학기술부·국토해양부, 몸집 축소를 우려하는 지식경제부 등이 그렇다.

공무원노조까지 산하에 ‘조직개편특위’를 발족해 독자적인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다. 행정부공무원노동조합의 오성택 위원장은 “미래 성장동력을 이끌고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부처를 신설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각 부처의 물밑 로비전이 가열되자 청와대는 이달 초 강력한 경고를 내렸다. 개편논리가 현 정부의 조직 실패론을 앞세워 레임덕 현상을 가속화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서릿발 같은 경고 때문에 각 부처가 로비를 자제하지만 관련 단체들을 동원한 물밑 작업은 오히려 가열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회·국회의원이 여는 세미나·토론회도 잇따르고 있다. 정부개혁연구소는 지난달 31일 ‘차기 정부 조직 개편과 정부 개혁’을 주제로 세미나를 했다. 지난달 29일엔 민주당 문병호 의원실과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 ‘균형발전을 위한 정부조직 개편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간판만 조금씩 다를 뿐 내용은 컨트롤타워 부재를 명분으로 부처 신설론이나 부활론을 펼치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서울대 전영한(행정학) 교수는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조직 개편이 잦은 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직을 뜯어고치니 이제 조직 개편은 별 의미 없는 ‘정치쇼’가 됐다”고 비판했다. 미국에선 지난 10여 년간 정부조직 변화가 거의 없었다. 신설 부처는 2002년 11월 기존의 22개 정부부처를 통합한 국토안보부밖에 없다. 반면 인하대 김대호(언론정보학) 교수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그 정부가 추구해야 할 시대적 요청이 있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 정부조직 개편과 같은 거버넌스의 변화는 필수”라고 말했다.
관계기사 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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