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환호 뒤엔 땀 그리고 □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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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왼쪽부터 진종오(사격), 기보배(양궁), 박태환(수영), 김지연(펜싱), 김현우(레슬링). [중앙포토]

스포츠 마케팅이 진화하고 있다. 기존 스포츠 마케팅이 스타 선수와 대회에 대한 후원에 그쳤다면 이제는 특정 종목과 유망주 선수를 향하고 있다. 아직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비인기 종목이나 유망주 선수들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성과로 이어진다면 보다 큰 마케팅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의도에서다. 실제로 런던 올림픽에서 기업들은 이 같은 스포츠 마케팅으로 큰 재미를 봤다.

 ◆종목을 잡아라

한국이 런던 올림픽에서 획득한 메달은 총 28개(금 13·은 8·동 7)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측에 따르면 이 중 국내 10대 그룹이 후원하고 있는 종목에서 전체의 79%인 22개(금 10·은 6·동 6)의 메달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22개 종목 가운데 육상(삼성)·양궁(현대·기아차)·사격(한화)·펜싱(SK)·핸드볼(SK)·체조(포스코)·탁구(한진) 등 7개 종목 협회장을 10대 그룹의 최고경영자(CEO)가 맡고 있다. 지난해 10대 그룹이 스포츠에 투자한 금액은 4276억원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예산(8403억원)의 50.8%에 달했다. 런던 올림픽은 이처럼 기업 간 희비가 크게 엇갈리는 결과를 낳았다. 무엇보다 펜싱 종목을 2003년부터 올해까지 후원하며 약 80억원을 투자한 SK는 6개의 메달(금 2·은 1·동 3)을 획득하는 성과를 냈다. 이 덕분에 SK는 지금까지의 후원금을 뛰어넘는 광고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기업들은 과거 단순하게 리그를 후원하던 ‘1차 홍보’에서 탈피해 특정 종목과 기업을 묶어 이미지를 마케팅하는 ‘2차 홍보’의 스폰서십을 통해 톡톡한 효과를 내고 있다.

 ◆선수를 잡아라

이 때문에 미래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성장 가능성이 큰 아마추어 유망주들을 일찌감치 선점해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경우다. 기업들은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에서 유망주를 발굴하고 방학 동안 위탁교육을 실시한다.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금전적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런던 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6㎏급에서 금메달을 딴 김현우(24·삼성생명)도 강원고 재학 시절부터 삼성생명의 관리 속에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경남대 졸업 후 삼성생명에 입단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진로가 이미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양궁의 기보배(24·광주광역시청)는 현대·기아차의 후원을 받은 케이스다. 기보배는 대학교 때부터 훈련비 등을 지원받아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고 런던 올림픽에서 2관왕에 올랐다. 또 리듬 체조의 손연재(18·세종고)는 휠라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프로스포츠도 지역 인재들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프로야구가 내년 시즌부터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 방식으로 지역 연고제를 다시 도입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어렸을 때부터 공들인 선수를 뺏기지 않기 위한 방법이다.

 ◆틈새시장을 잡아라

경기장 밖에서 펼쳐지는 장외 마케팅도 뜨겁다. 이번 올림픽 대표팀 트레이닝복을 총괄 책임진 휠라코리아가 좋은 예다. 휠라 측은 “박태환이나 손연재 등이 입고 나온 단복을 통해 브랜드 로고 노출만으로 약 1000억원대(국내 지상파 뉴스 시간대 광고비인 15초당 1300만원 기준)의 간접광고 효과를 봤고, 총액 규모로는 약 3000억원의 마케팅 효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휠라는 올림픽 폐막 뒤 대표팀이 입은 트레이닝복을 일반인들에게 판매하며 마케팅 효과를 더욱 극대화했다. 단복을 제작한 빈폴도 올림픽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한정 수량으로 내놓은 단복 풀세트가 120만원의 고가임에도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로 인기 상품이 됐다. 홍보 대행사인 미디컴 측은 “이번 단복 입찰 때도 여러 기업의 경쟁이 대단했다”며 “경제 효과가 크다는 게 입증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유병민·배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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