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 10시간] '푸른안개' 이요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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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연예인 홈페이지의 순위를 매기는
사이트(http://www.100hot.co.kr)에서 이요원(21) 이 이번주 '사이버 여왕' 전지현을 2위로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섰다.

KBS 주말드라마 '푸른 안개' 에서 중년 남자를 사랑해 그 남자의 가정을 풍비박산나게 만든 '죄값' 을 톡톡히 치르는 것은 아닌지.

드라마는 막을 내렸지만 가정이나 직장에서 아직도 그 불륜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비난이 쏟아지면 질수록 그의 성공적인 변신은 공고해진다.

지난 3일 서울 강남의 한 증권사에선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정재은 감독.8월말 개봉 예정) 의 촬영이 한창이었다. 풋풋한 스무살짜리 여자 다섯 명의 성장을 그리는 이 영화는 이요원이 주연을 맡은 첫 작품이다.

올 1월 촬영에 들어갈 무렵 여주인공들 중 낯익은 얼굴은 배두나 하나였지만 한 6개월쯤 지난 지금, 그는 이른 새벽 허공을 차고 오른 새처럼 어느새 영화의 중심에 서 있었다.

"제가 맡은 혜주 역은 상고를 졸업하고 증권사에 다니는 새침하고 얄미운 아이인데 참 현실적인 인물이에요. 처음엔 그 애가 싫었는데 연기를 하다 보니 저를 얼마나 닮았는지(하하) . 감독님은 혜주가 점프하고 싶은 고양이라나요. "

"연기는 만족하느냐" 는 기자의 질문에
"처음엔 뭐가 뭔지 모르고 촬영하다 요즘 좀 감을 잡아가는 것 같아요" 라고 요원은 대답한다.

연기 이야기가 나오자 덧붙이는 말이 많은데 '푸른 안개' 에서 호평을 받은 것은 표민수 PD에게 배운 게 많은 덕이라고. 그리고 아직 연기에는 자신이 없는 만큼 배워야 할 게 많다고 했다.

촬영은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고 밤을 꼬박 새워 진행됐다. 촬영 중 여린 다리로 어떻게 저렇게 서 있나 싶을 만큼 힘겨워 보이기도 했지만 간혹 뱃속에서 뭘 건저내듯 웃옷속에 숨겨둔 대본을 당당히 꺼내는 모습을 보자 그런 걱정은 금새 사라졌다.

그는 이미 다음 작품도 예약해 놓았다. 신승수 감독의 '아프리카' 에서 강도 사건에 연루된 주연 여대생 역을 맡아 이달말부터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튿날 다시 만난 그는 보라색 언더 셔츠에 푸른 빛이 나는 정장 차림이었다. 전날 촬영중 증권사 유니폼을 입은 모습과 달리 특유의 이중적 이미지가 살아났다. 어린 듯 하면서도 성숙한 느낌이 나는가 하면 당돌하면서도 부드럽고, 그리고 소년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저의 속은 '애늙은이' 예요" 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 겉모습은 어쩔 수 없더라도 속내는 깊으니 철없이 보이는 '아이들' 과 같은 부류로 보지 말아달라는 당부로 들렸다.

"제가 그냥 웃는 모습만 보여주니 인형처럼 보이나요. 별말을 다 한다고 하시겠지만 저도 슬픔이 많은 시절이 있었어요. 갑작스런 경제적 어려움, 깨진 사랑의 충격, 무명의 답답함이 스무살 무렵 한꺼번에 밀려왔을 땐…. 하지만 그때의 슬픔 만한 밑거름이 어디 있겠어요. "

한참 얘기를 나누고 나온 말들인데, 드라마 속 그를 보고 상상했던 것과는 참으로 다른 면이었다.

터뷰를 하던 날, 마침 개그맨 이영자씨가 지방흡입수술과 관련,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은 기자회견이 있었다. 그 얘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더니 "자신을 과시하는 시대인데 연예인이라도 성형수술같은 거 할 수 있죠, 하지만 영자언니가 진실을 숨긴 채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은 아쉬워요" 라고 말했다.

내친 김에 본인도 성형수술을 하고 싶은 부분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피식 웃어보였다. 그 표정에서 '내가 그런 말하면 욕을 듣지 않을까요' 라는 조심성이 비쳤다.

그러나 실제 영화 '고양이를…' 속 대사에 혜주가 성형수술을 하고 데를 말하는 대목이 있는데 그는 이 부분의 대사를 자신이 직접 "눈을 좀 찢고 코도 살짝 높이죠" 로 바꿨다고 한다. 간접적으로 대답을 들은 셈이다.

밤이 낮보다 좋아지고, 친구보다 자신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면서 더욱 치열하게 살아가고 싶어지는 나이, 스물 한 살의 이요원. 허공을 힘차게 차고 오른 그의 고민은 이제 어디를 향해 날아갈까 방향을 잡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고양이를 부탁해' 는 그의 좌표를 결정해 줄 나침반이 아닐까.

▧ 이요원은…

1997년 고교 2학년 때 잡지 모델로 데뷔했다. 벌써 경력 5년째다. "바닥의 맛을 봤다" 고 본인은 주장한다. 영화 '남자의 향기' '주유소 습격 사건' , 드라마 '사랑하니까' '꼭지' 등에서 조연을 맡았다.

시나리오.대본을 고를 때는 항상 '평범하면 안된다' 는 원칙을 지킨다.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있는 기네스 펠트로와 심은하를 좋아한다.

경기도 광주가 집인데 쉬는 시간엔 비디오를 보거나 잠을 잔다. 요즘 만큼 인기가 있기전에는 나돌아 다니는 것도 좋아했지만 요즘은 일도 많고 해서 외출은 잘 안한다.

언젠가 심심해서 인터넷 채팅을 한 적이 있는데, 이름을 밝히지 않았는데도 남자들이 하도 만나자고 아우성인데 실망, 그 후로는 일절 채팅을 삼가고 있다. 단국대 연극영화과 휴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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