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그 곳에서 사람이 태어나고, 살고, 죽는 일까지 일어난 뒤라야 비로소 집으로 완성된다는 얘기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집을 집답게 만드는 것이 바로 각 종 관혼상제라고 여겼다.
그러나 아파트가 보편화하고 복잡한 도시생활이 일반화하면서 이제는 혼사나 장례는 예식장이나 병원 영안실 등 주택 밖에서 치르는 것을 당연시하게 됐다.
우리 영화 '축제' 와 미국영화 '마이 걸' 은 주택에서 장례가 치러지는 것을 세밀하게 보여주면서 죽음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와 그것을 담는 주택의 기능을 비교해 보게 한다.
'마이 걸' 에 나오는 집은 미국의 교외주택가에 위치한 주택으로 홀아비인 설튼퍼스가 어린 딸과 치매증상의 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동시에 퓨너럴 홈(장의사) 을 겸하는 곳이다.
지하에는 전문적으로 시체를 염하는 장소나 냉동고 등이 갖춰져 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주택으로, 동네 한가운데 위치해 있으면서 이웃과 나란히 지낸다. 또 장례식을 치르는 응접실도 보통 거실같이 꾸며져 장례식이 조촐하고 소박하게 조용히 거행된다.
'축제' 는 전통적인 장례행사가 자세히 묘사된 영화로 시골집 전체가, 더 나아가 동네 전체가 장례에 동원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그저 일상적인 생활이 이뤄지던 평범한 시골집의 마당이 부엌인 동시에 손님들이 밥 먹는 장소가 되기도 하고, 또 장례를 치르는 식장으로 변하기도 한다. 우리 주택의 다목적적인 마당과 방들의 역할이 눈여겨 보이는 부분이다.
또 살 때는 어떤 모습이었든지 장례만은 떠들썩하게 크게 치르는 관습을 통해 장례을 다룬 영화의 제목이 왜 '축제' 인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주택의 기능이 일상적인 것만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바뀌어가는 요즈음 각종 대소사를 집에서 치르던 때의 기억을 영화를 통해 되돌아보면서 우리가 사는 집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곰곰 되씹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