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부채 왜 자꾸 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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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소득이 제자리 걸음인 상황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돈도 줄어들고 영농.가계자금으로 새 빚을 얻어 쓰는 생활이 이어지면서 농가부채가 계속 불어나고 있다.

한해 농사를 지어 번 돈을 모두 털어야 할 정도로 농가부채는 늘어나는데 농가소득은 외환위기 이전 수준에도 못 미친 채 빚을 갚는데 쓸 수 있는 순수 농가 잉여금은 오히려 줄고 있어 앞으로도 농가 형편은 나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외형적인 농가소득은 지난해보다 3.4% 증가했다. 하지만 농가소득에서 세금과 각종 부담금.자녀 교육비와 생활비 등을 뺀 순수 잉여금은 4백36만1천원으로 1년 전보다 5.1% 감소했다.

1990년만 해도 가구당 4백73만4천원이었던 농가부채는 지난해 말 처음으로 가구당 2천만원선을 넘어섬으로써 10년 만에 4.3배로 불어났다.

이는 농기계 구입과 영농자금이 늘어나면서 빚으로 빌린 '생산성 자금' 이 지난해보다 7.9% 늘어난 데다 교육비.교통통신비 등 가계자금도 빚을 얻어 해결하는 경우가 22% 증가했기 때문이다.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98년부터 모두 다섯차례의 농가부채 경감대책이 시행됐지만 이자를 낮춰주고 상환기간을 연장하는 조치여서 그동안 쌓였던 빚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농가빚이 이처럼 늘어나고 있지만 부채의 실상을 나타내는 상환능력에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악성 부채의 해소는 앞으로도 요원한 실정이다.

농가의 단기상환 능력 지표인 유통자산(현금.예금 등 금융자산)대비 부채비율은 69.1%로 98년 73.7%에서 99년 69.0%로 떨어진 뒤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다.

농업 이외에 다른 소득원을 개발하지 못한 결과 농업 의존도가 47.2%로 일본(13.0%)의 세배를 넘는 우리 농가로선 다양한 소득원 개발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홍병기 기자 klaat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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