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 `하반기 회복'에 복병 경계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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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의 회복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7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경제가 저점을 지났는지 여부를 단언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반기 우리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는 되지만 전반적인 경제상황으로 미뤄 회복확률이 더이상 높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총재는 미국의 경기지표들이 엇갈리고 있다며 해외부문의 불확실성에서 1차적인 원인을 찾았다.

미국의 실업률은 낮아졌지만 1.4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낮아졌고 내구재 수주도 감소하고 있으며 NAPM(전국구매자관리협회) 지수로도 조기 회복가능성을 점치기 힘들다는 최근 상황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일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경기둔화세가 연장될 수 있다는 발언을 해 미국경기의 조기회복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었고 지역 연준 총재들도 최근 미국경기가 회복은 되겠지만 불확실한 요인이 아직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기는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당초 우리 경제가 지난 1.4분기 저점을 통과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지만 최근 미국 경기의 미묘한 변화는 경기둔화세가 상당기간 더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규영 한은 정책기획국장은 미국외에 유럽에서도 성장률 둔화현상이 나타나고 예상치 않았던 이라크의 석유생산 중단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할 가능성도 있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4월 생산이 둔화되고 재고수준이 올라가는 등 우리경제 지표들도 불안해 당초 순탄하게 보였던 경기회복 가도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고 전 총재의 발언을 뒷받침했다.

국제금융센터(소장 김창록)는 이날 미국경제의 조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으며 회복이 기대 이상으로 지연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보고서를 내놨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발표되는 미국경제지표 동향과 경기회복 전망'이라는 분석보고서에서 민간소비가 예상외로 부진, 1분기 성장률이 2.0%에서 1.3%로 하향조정되고 생산성 증가율도 1994년 3분기(-1.1%) 이후 최저치인 -1.2%를 기록하는 등 미국경제의 조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경제지표중 소비자 신뢰지수의 경우 작년말 이후 급속히 하락하다가 금년 3월 한때 상승세 전환후 4월과 5월에 다시 등락을 거듭하는 등 혼조세를 보여 민간소비의 회복여부를 판단하기 이르다고 이 보고서는 평가했다.

보고서는 대다수 전문가들은 미국경제가 현시점에서 경기침체의 바닥을 치고 있는 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우리 경제가 미국 경제의 영향권에 들어있는 만큼 향후 발표되는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들을 지속적으로 세밀하게 모니터링해 미국의 경기회복 지연에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서울=연합뉴스) 진병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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