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약후강'기대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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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약후강이라도 - .

6월 주가를 짚는 투자자들 사이에선 요즘 이 말이 유행이다. 대세상승의 기류를 흔들며 주가가 가라앉자 이달 후반 재반등을 시도해 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으로 보면 된다.

사실 지난달말 종합주가지수가 전고점을 경신 (632 포인트) 한 후, 증시 전문가들은 대세상승을 논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요약하면 ▶6월 700 돌파 ▶2분기 실적 발표 후 7월 조정 ▶8월 이후 대세상승, 주가 800-850 식이었다.

하지만 5일 다시 600선 밑으로 주저 앉았다. 경기회복에 대한 신뢰가 미흡한 탓이었다. 미국 경제제표 역시 불안한 움직임을 계속했다. 주가는 장기 낙관론 속,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다보니 투자자들은 두개의 상반된 보고서를 떠올렸다. 하나는 SK증권이 내놓은 '전약후강' , 다른 하나는 대신증권의 '전강후약' .보고서가 나온 당시엔 전강후약이 약간 우세했다. 하지만 차츰 시장은 기울고 투자자들은 전약후강을 자주 말했다. 이미 대세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접은 상태였다.

SK증권의 논리는 우리 증시에서 단기적인 급반등 모멘텀은 찾기 어려우나 기간 조정을 거쳐 안정을 찾은 후 다시 한번 고점 높이기를 시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그 구체적 근거는 ▶거래소시장 의 충분한 하락 이후 반등시기 진입 ▶대세상승 초기에 나타나는 '월봉상 적삼병' (차트에 양봉이 세 개 연이어 나타나는 것) 의 형성 - 월말로 갈수록 지수 높여갈 흐름 ▶수급측면에서 9조원을 회복한 고객 예탁금과 국제 유동성 강화 ▶재료측면에서 현대그룹.대우차 등 구조조정 급진전 가능성, 경기회복 시그널의 강화 ▶엔.달러 환율 120엔 이하 하락 등이다.

문제는 이같은 기간 조정론에 대해 약세 전환론이 대두한 점이다. 최근의 630선 반등은 사실상 프로그램 매수세가 주도한 것이라는 주장이 약세 전환론의 근거다. 실제로는 최근 들어 경기 회복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무산되고 있고 실적 호전을 바라긴 어려운 분위기다. 수급 측면에서 고객예탁금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문제다.

모어증권 문종상 이사의 말을 옮기면 사정은 더하다. "14일 더블위칭데이가 있고 미국과 한국의 실적치 발표에서 기대할 게 없어 리스크는 여전히 높은 상태다. 7월 이전 이 위험이 해소될 기미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

종합주가지수가 이달 중순 570-580선 박스권에서 머물다가 중후반 반등 시도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은 여기서 나온다. 하지만 그 힘은 강하지 않으리란 게 재배적 관측이다. 종목별로 상승 시도가 있겠지만 실적이 뒷받침 안되면 가치주도 어려워 보인다.

기술적으로도 부담은 여전하다. 거래소시장은 지난달 31일 5일선을 밑돈데 이어 이날 20일선 (604.53P) 도 하향돌파했다. 이제 남은 이평선은 560선대에 걸쳐있는 60일선 (560.87P) 과 120일선 (566.45P) 등이다.

코스닥시장은 지난달 30일 5일선을 뚫고 내려간데 이어 31일에는 20일선을 위에서 밑으로 꿰뚫었다. 또 지난 1일에는 단기 데드크로스가 발생하면서 20일선의 상향 트랜드도 꺾였다. 그러다 이날 80선이 무너진 것.

외국인.기관.개인이 교대로 시세차익을 노리고 순매도에 나서는 양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고와 미결제 약정수량도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을 앞두고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노동계의 총파업 예고는 또다른 돌발 변수로 작용할 게 뻔하다.

외부 변수도 부정적이긴 마찬가지다. 인텔의 실적은 7일 (현지시간) 장 마감 직후 발표된다. 우리시간으론 8일 (금) 개장 전이다. 현재로선 그 결과에 기대할 것은 없어 보인다. 다만 여러 경제지표 악화가 금리인하의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라는 역설적 기대뿐이다.

허의도 기자 huhe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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