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장갑 낀 괴한…" 주부 살해범 윗집女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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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서진환의 사건현장 검증 모습. [뉴시스]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서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서진환(42)의 이웃집에 괴한이 침입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신고를 받고도 사건 접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서울 면목동 주민들에 따르면 7월 16일 오전 5시10분쯤 이 동네 서진환이 사는 집의 2층에 한 괴한이 침입했다.

 당시 이 집 거실에서는 50대 어머니와 20대 딸이 잠을 자고 있었다. 괴한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신발을 신은 채 문 앞에서 자고 있는 모녀를 쳐다봤다. 인기척에 놀라 잠이 깬 20대 딸이 괴한을 발견하고 “도둑이야”라고 소리치자 그는 황급히 달아났다.

 이 2층짜리 집의 1층에는 독립구조로 된 원룸형 방이 세 개 있다. 서진환은 이 원룸 가운데 한 곳에 살고 있었다. 서진환은 전자발찌를 부착한 고위험 성범죄 전과자다. 그런 서진환의 바로 위층 집에서 성폭행 의도로 추정되는 침입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 이 장면을 목격한 동네 주민은 괴한이 흰 장갑을 끼고 있었으며 긴 바지 차림이었다고 했다. 서진환은 지난달 20일 중곡동 살인 사건이 벌어지기 13일 전인 지난달 7일 서울 면목동에서 또 다른 주부를 성폭행했을 때 흰 장갑을 끼고 긴 바지를 입고 있었다.

 20대 딸은 침입 사건이 벌어진 지 6일 만인 7월 22일 인근 용마지구대를 찾아가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여성과 함께 현장을 한 번 둘러봤을 뿐 사건을 정식 조사하진 않았다. 침입 사건이 발생한 바로 아랫집에 전자발찌 부착자인 서진환이 살고 있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 또 근무일지에 신고사실을 적어놓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 갔을 때 별다른 피해 사실이 없어 사건으로 접수하지 않았다”며 “또 서진환이 1층에 살고 있다는 사실도 당시에는 몰랐다”고 말했다. 서울 면목동 일대는 지난 7월 발생한 ‘면목동 발바리 사건’ 등 성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서진환의 이웃에 사는 한 주민은 “서진환이 검거되기 전 모자를 눌러쓴 수상한 남자가 다른 집 창문을 엿보는 걸 자주 봤는데 그 남자가 서진환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경찰은 당시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은 “면목동 발바리 같다”는 20대 딸의 신고를 받은 뒤, 피해자 모녀에게 면목동 발바리로 추정되는 용의자들의 사진을 일일이 보여줬다. 하지만 경찰에 따르면 사건 당시 모녀가 괴한을 마주친 순간이 워낙 짧아 사진을 보고도 피의자를 구별해내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범인과 서진환을 동일 인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할 방침”이라 고 말했다.

손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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