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놈, 저놈인데 …” 조사받는 모습 보던 부모, 주저앉아 몸 떨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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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자매 살인범 김홍일이 검거됐다는 소식을 듣고 자매의 어머니가 오열하고 있다. [연합]

“사랑하는 딸들아. 사랑하는 딸들아. 그놈이 저기 있어. 이제 편히 가렴.”

 13일 오후 7시40분 울산 중부경찰서. 김홍일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울산 자매의 어머니(54)는 경찰관들의 옷깃을 붙잡고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노란색 손수건을 입에서 떼지 못할 만큼 눈물이 솟아났다. 눈이 뻘겋게 충혈된 남편(61)은 멍하니 아내의 모습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자매의 부모는 이날도 부산 해운대에서 김홍일을 잡겠다며 수배 전단을 돌리다가 검거 소식을 듣고 경찰서로 달려온 길이었다. 찢어진 청바지에 반팔 티셔츠, 수염을 덥수룩이 기른 김홍일(27)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모습을 본 부부는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자매의 아버지는 두 손으로 바닥을 쳤다.

27세와 23세의 나이에 김홍일에게 살해당한 두 딸의 이름을 울먹이며 불렀다. 경찰관의 옷깃을 잡고 울던 자매의 어머니는 “목소리가 안 나와요. 저놈. 저놈인데요…”라며 몸을 떨었다.

 자매의 외삼촌인 동모(49)씨의 부축을 받고 일어난 아버지는 기자에게 “사형제도 우리나라에 아직 있죠. 절대 사형제도 없애면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김홍일이 산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있었다고 하자 “우리 딸을 둘이나 죽여놓고 저는 살겠다고. 가슴이 뜯깁니다. 이럴 수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말을 제대로 못하던 어머니는 “가증스럽습니다. 범인이 잡혔다는 게 아직 믿기지 않습니다”고 눈물을 흘렸다. 부부는 서로를 부축하며 “이제 범인이 잡혔으니 두 딸의 한을 어느 정도 풀 수 있겠다”며 “행복한 곳에 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울산=김윤호 기자

◆ 울산 자매 살인사건 일지

-2012년 7월 20일=울산 중구 성남동서 자매 살해된 채 발견

-21일= 강원도의 한 휴게소에서 범인 김홍일 신용카드 사용

-22일=김씨 부산∼울산고속도로 통해 부산 잠입

-23일=울산 중부경찰서 김씨 공개수배

-24일=부산 함박산 기슭의 모 대학 주차장에서 김씨승용차 발견

-31일=경찰 헬기 3대와 기동대 1500여 명 동원해 함박산 수색

-8월 10일=경찰 부산 함박산과 인근 천마산 재수색

-9월 13일=경찰 시민제보로 함박산에서 김씨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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