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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선고 미뤄달라며 교육 대못 박는 곽노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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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곽노현 서울교육감은 법정 선고 기한이었던 지난 7월 17일 이전 대법원 판결을 받아야 했다.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사퇴한 상대방 후보에게 2억원을 준 것이 사퇴에 대한 대가인지, 아니면 자신의 주장대로 선의에 의한 것인지 상고심의 판단을 받고 자리를 내놓거나 아니면 혐의를 벗고 행정에 전념했어야 했다. 그런데 국회의 대법관 인준이 지체되면서 모든 일정이 틀어져 버렸다. 그 결과 곽 교육감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며 마치 임기가 연장된 듯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그는 벌써 두 차례 대규모 정기 인사를 실시했고, 학교에 파급력이 큰 학생인권조례의 시행도 밀어붙이고 있으며, 학교폭력 문제 해법을 놓고 중앙정부와 맞서고 있다. 이제는 교육청 직제까지 고친다고 한다. 게다가 공직선거법상 사후매수죄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직접 헌법소원을 냈으며, 대법원에 “대법원 선고는 헌재 결정 이후 내려져야 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는 법학자로서 재판 과정에서 선의라는 논리를 만들어 스스로를 방어한 데 이어 자신에게 상대적으로 가벼운 벌금형을 내린 1심 재판부조차도 합헌이라고 판단한 사후매수죄를 헌재까지 끌고 갈 생각이다. 법리 논쟁을 이어가겠다는 그의 생각이 받아들여졌다가는 돈을 받은 박명기 전 교수는 구속 상태에서 형기의 대부분을 마치고, 돈을 준 자신은 멀쩡히 교육감직을 수행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대법관 인선 때문에 항소심 선고 후 3개월 이내라는 기한이 지켜지지 못한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항소심이 난 지 다섯 달이 다 되도록 대법원이 선고 기일조차 잡지 않고 있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 오죽했으면 검찰은 물론 교원단체·시민단체까지 나서 대법원의 조속한 선고를 촉구하겠는가. 대법원의 신속한 결정은 혼란스러운 학교 현장을 살리는 일이다. 대법원은 곽 교육감 사건을 우선적으로 다뤄 그의 법 위반 상태를 정리해야 한다. 후보자 매수행위를 놓고 벌어지는 논쟁을 마감하고, 향후 선거에서 이를 악용하는 일이 없도록 경계를 삼아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