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악법, 철폐하라" 의사들 거리로 나서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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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서울역 앞 광장에서 대한의사협회 회원들이 모인 가운데 '국민건강 위협하는 의료악법 규탄대회'가 진행됐다.

포괄수가제, 응당법, 의료분쟁조정법 등 의료계의 거센 반발 속에서 시행된 ‘의료악법’의 철폐를 촉구하기 위해 전국의 의사들이 서울역 광장에 모였다.

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는 13일(오늘) 오후 3시 서울역 광장에서 ‘국민건강 위협하는 의료악법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대회는 포괄수가제, 응당법(응급의료에 관한 법률개정안) 등 졸속 시행에 들어간 일련의 의료제도를 고발하고 이에 대한 저항 의지를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궂은 날씨 속 평일 낮 시간에 진행됐음에도 불구, 350여 명의 의협 회원들이 서울역 광장에 모였다. 의협 노환규 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잘못된 의료제도를 분명히 알리고, 제대로 바꾸기 위한 갈망으로 오늘 여러 의사들이 이 자리에 모였다”며 “마음 속 뜨거운 열기를 모아 우리의 뜻을 분명히 관철하자”는 의지를 밝혔다. 이어 노환규 회장은 “우리 앞으로 표준진료 합시다”라고 말해 회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는 “표준진료 할 수 있는 그런 사람, 국민이 원하는 게 아니라 의사가 원한다”며 “환자를 위한 최선 진료는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를 위한 최선의 진료는 누구보다 의사들이 바라고 있다는 것. 그는 회원들과 함께 “환자 위한 최선 진료, 국가가 보장하라”는 구호를 제창했다. 이날 대회에 참여한 각과개원의협의회 박강식 회장은 “흉부외과 개원의로 40여년 가까이 살아왔다”며 “오늘만큼은 진료실을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우리를 사기꾼, 범죄 집단으로 취급하지만 의사도 선량한 국민 중 하나”라며 “그동안 만성질환관리제, 포괄수가제, 액자법, 응당법과 같은 법안이 만들어질 때, 의사의 의견은 조금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정영기 회장은 “정부가 엉터리 법을 만든 것에는 우리의 책임도 있다”면서 “우리가 힘과 사회적 영향력이 없는 탓이다.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의협은 대정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요구사항은 ▲강제 시행하고 있는 포괄수가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 ▲현실 무시한 응당법을 즉각 폐기하고 합리적인 응급실 당직제 만들 것 ▲의료사고 피해구제 제도 운영시 국가가 재원 마련하고 불가항력적 상황을 인정할 것 ▲액자법으로 의사에게만 의무 강요말고 정부부터 자기성찰할 것 ▲실효성 적은 만성질환관리제도를 즉각 수정할 것 ▲원가 이하의 비현실적인 의료수가를 즉시 현실화할 것 등이다. 의협측은 “정부는 의사가 행복하면 국민도 행복할 수 있다는 단순한 명제를 간과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행태는 왜곡된 의료제도를 개혁하는데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정부는 지금까지 전문가와 현장의 의견을 가볍게 여긴 것을 반성하고 대한민국 의료제도를 소통과 전문성의 새로운 판으로 다시 짜야한다”며 정부에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번 대회는 본행사에 앞서 난타공연으로 시작해, 노환규 의협회장의 대회사 낭독, 시도의사회장의 연대사 낭독, 의료악법 패러디 공연, 대정부 요구안 채택, ‘얼음에 얼린 의료악법 도끼로 깨기’ 퍼포먼스 순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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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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